4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했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이 호텔 운영을 이어간다. 수 개월간 계속된 밀레니엄 힐튼 서울 매각설에 대해 소유주인 CDL 본사가 "매각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면서다.

밀레니엄 서울힐튼의 전신인 힐튼서울은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세운 호텔로, 1983년 11월 문을 열었다. 이후 호텔은 대우그룹 계열사 대우개발이 운영했지만, 외환위기 여파로 1999년 말 싱가포르 부동산 투자전문회사 '훙릉'의 자회사인 CDL에 2600억원에 매각됐다. CDL은 2004년 자회사 M&C(Millennium & Copthorne Hotels plc)와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경영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호텔 이름을 '밀레니엄 힐튼 서울'로 바꿨다.

지난 6월 30일 조선비즈가 서울 중구의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만난 필릭스 부쉬(Felix Busch) 총지배인. /이선목 기자

이후 15년여 만인 올해 3월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매각설이 불거졌다. 지난 달에는 매각과 관련한 세부적인 보도까지 나왔다. 약 1조 원에 국내 부동산 펀드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이 호텔을 인수, 건물을 철거하고 오피스 빌딩을 세울 예정이라는 계획이 알려진 것이다.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CDL호텔 코리아와 이지스자산운용은 매각 협상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호텔 측이 "호텔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매각이 불발된 것으로 풀이된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운명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조선비즈는 지난 달 30일 필릭스 부쉬(48) 밀레니엄 힐튼 서울 총지배인을 만나, 이번 매각설에 대한 호텔 측의 공식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부쉬 총지배인은 독일, 스코틀랜드, 영국, 호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힐튼에서만 20여년 동안 근무한 베테랑이다. 그는 지난 2019년 9월부터 밀레니엄 힐튼 서울 총지배인직을 맡고 있다. 부쉬 총지배인은 "CDL 본사로부터 매각 계획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올 3월 밀레니엄 호텔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이후 3개월이 지났다. 이후 매각 주체인 CDL호텔 코리아와 이지스자산운용에서는 별다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힐튼은 호텔 운영을 계속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는데

"이번 매각설과 관련해 우선 CDL과 힐튼,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의 관계에 대한 사전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일반 고객에게 공개한 내용은 아니다.

밀레니엄 서울 힐튼의 소유주인 CDL호텔 코리아는 2004년 1월 자회사인 M&C와 경영 위탁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호텔은 15년간 M&C가 경영을 맡고, 힐튼은 프랜차이즈 계약에 따라 브랜드만 빌려준 형태로 운영됐다.

그러나 지난 2019년 9월부로 호텔 경영 주체가 힐튼으로 변경됐다. CDL과 힐튼 본사가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장기 경영 위탁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이에 앞서 2019년 8월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고, 당시 제가 그 팀에 속해 관련 사전 검토 작업 등을 진행했다."

-CDL호텔 코리아가 2019년 9월 이후부터 호텔 경영에서 손을 떼고 소유주로만 남아있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다시 말해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소유주는 CDL이지만 모든 경영권은 힐튼에게 위임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호텔 매각과 관련해 CDL호텔 코리아와 소통이 있었나

"아무래도 소유권이 없다 보니 그런 이슈(매각)까지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리 입장과 별개로 언론을 통해 그런 루머가 퍼졌다. 그러나 CDL본사는 최근 힐튼 본사 측에 '호텔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문을 보냈고, 우리도 본사로부터 확인을 받았다."

-매각 협의 주체로 알려진 CDL호텔 코리아와 이지스자산운용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CDL과 힐튼) 본사는 이미 입장을 밝힌 것이다. 현재 CDL호텔 코리아는 우리(호텔) 쪽에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CDL호텔 코리아도 CDL 본사 산하에 있기 때문에 같은 입장일 것이다."

-CDL본사에서 매각 계획이 없다고 하면 CDL호텔 코리아는 관련 결정권이 없는 것인가

"CDL호텔 코리아가 어떤 입장인지를 제가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CDL호텔 코리아와 저희는 본사로부터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안다.

그간 CDL호텔 코리아와 이지스자산운용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고 언론을 통한 소문으로만 호텔 매각설이 돌면서 고객과 직원들의 혼란도 커졌다. 그래서 저희가 힐튼 본사에 직접 이번 매각 건에 대해 질문을 했고, 그 답변을 받은 것이다. 공유받은 입장문 자체가 CDL호텔 본사 측에 법적 자문을 받은 내용이다."

-밀레니엄 힐튼 호텔 매각설은 이전에도 나왔었다. CDL본사가 현 시점에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했지만, 앞으로 진행할 가능성은 있지 않나

"사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CDL은 굉장히 큰 조직이고 법적 자문을 받은 공식 입장을 통해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CDL과 힐튼 본사간 장기 경영 위탁 계약을 맺은 것도 불과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계약 기간을 밝힐 수는 없지만, 호텔업계에서 장기 위탁 계약 기간은 통상 15~50년 정도로 맺어진다. 호텔업의 특성상 1~2년으로는 경영으로는 수익성 등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전경.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호텔 운영을 계속하더라도 넘을 산이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호텔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어떻게 대응했나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외국인 비즈니스 숙박객 수요가 75%를 차지하던 호텔이다. 코로나19 사태로 75%가 사라졌고 객실점유율은 10% 미만까지 떨어졌다. 전대미문의 위기였다.

그러나 2020년은 힐튼이 본격 경영을 맡게 되면서 호텔 자체로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룸 운영을 비롯해 식음, 연회, IT 소프트웨어 등 호텔 경영 전반을 더 빠르고 집중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히려 경영 측면에서 발전을 이룬 셈이다. 일례로 지난해 내국인 숙박객 수요에 따라 처음으로 키즈룸, 펫룸 등을 도입했는데, 이를 통해 비즈니스 수요 중심에서 레저 친화적 비즈니스로 시야를 넓힐 수 있게 됐다."

-최근 백신 보급, 여행 제한 완화 등 효과로 여행·관광업이 회복 추세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한국은 방역이 굉장히 잘 된 국가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지난 5~6월부터 호텔업도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 호텔의 객실점유율은 거의 만실에 가까웠다. 이미 회복기에 들어선 만큼 앞으로 그 속도도 더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