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난해 1조원대 손실을 내며, 자회사인 (주)롯데의 상장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됐다.

롯데홀딩스가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공개한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한국 사업 부진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회계년도(2020년 4월~2021년 3월) 매출이 전년 대비 19.7% 줄어든 5조498억엔(약 51조7028억원), 당기순손실은 1012억엔(약 1조361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설립 이후 적자 폭이 가장 컸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현황. /조선DB

이에 따라 (주)롯데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주)롯데는 2022년 일본 증권 시장 상장을 염두에 두고, 2018년 제과회사인 일본 롯데가 판매 유통사인 롯데상사, 빙과업체 롯데아이스를 흡수 합병해 설립한 회사로, 일본 지주사인 롯데홀딩스가 지배하고 있다.

(주)롯데의 2019년 회계년도 매출은 3021억엔(약 3조879억원)으로 전년(3051억엔)보다 줄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주력 사업인 껌 판매가 줄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형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다툼 직후인 2015년부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한국 롯데호텔의 상장과 함께 일본 (주)롯데의 상장을 추진해 왔다.

그는 그해 12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체질 강화와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한국 롯데의 실질적 지주 회사인 롯데호텔을 내년 상반기 중 한국 증시에 상장시킨 후 일본 롯데 상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롯데홀딩스는 지난 5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문경영인 다마쓰카 겐이치를 영입했다. 유니클로 운영사인 패스트리테일링과 일본 롯데리아, 편의점 로손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다마쓰카 사장은 일본 롯데 경영을 책임지며 (주)롯데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에선 실적 악화로 인해 기업공개(IPO) 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 경제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롯데홀딩스가 거액의 적자를 내며 자회사의 상장 명분도 흔들릴 위기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롯데지주 관계자는 "2018년 (주)롯데를 합병해 일본 증시 상장을 준비한 것은 맞으나, 한일 경영이 분리되어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롯데홀딩스 의결권 33.48% 이상을 지닌 신동주 회장과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상장 계획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이 롯데홀딩스 회장까지 맡으며 사실상 한일 롯데를 지배하는 '원톱'에 올랐지만,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인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과 자신의 경영 복귀를 계속 시도하고 있어서다.

이번 주총에서도 신동주 회장은 사내이사 복귀 시도에 나선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은 임원은 이사직에 오를 수 없다'는 내용의 정관변경 안건을 올렸다. 이는 작년 주총에서도 부결된 안건으로, 올해 연임을 앞둔 신동빈 회장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광윤사 지분만으로 신동주 회장의 경영 복귀는 힘든 상황이어서, 신동빈 회장의 연임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을 지닌 만큼, 두 형제의 갈등은 앞으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호텔 업황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호텔롯데의 상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대주주(지분 47.06%)로 있는 롯데렌탈의 상장을 통해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에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등 호텔롯데가 지분을 보유한 비상장 기업의 상장을 통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자연스레 호텔롯데의 상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