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려면 보유한 현금 외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 수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는 보유한 부동산 장부가액만 17조원에 달해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증권업계에선 지난 2015년에 이어 신세계그룹이 삼성그룹 시절부터 보유한 9300억원 규모의 삼성생명 주식이 활용될지 주목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정유경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 총괄사장. / 신세계그룹 제공

이마트(139480)가 지난달 17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년 이내에 현금화가 가능한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기타단기금융자산-사용제한금융상품)은 1조600억원 규모다. 여기에 △지난달 이마트 가양점 건물·토지를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확보한 6820억원 △신세계프라퍼티에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토지를 양도하면서 마련한 750억원 △베트남 현지 기업에 베트남 이마트 지분 100%를 매각해 확보한 돈을 합하면 9000억원 규모다.

전날 미국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4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점을 감안하면 이마트는 1조5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마트는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전국 주요 점포와 투자부동산 중 일부를 매각하거나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하거나, 부동산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방식으로 충분히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보유한 유형자산과 투자부동산에서 담보 제공분을 제외한 자산의 장부가액은 3월 말 기준 각각 10조1300억원, 6조9000억원이다.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에선 부동산 자산 외에 이마트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을 매각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1997년 삼성그룹에서 계열 분리됐지만, 그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주식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주식 수는 1176만2667주(지분율 5.88%)로 전날 종가(7만9300원) 기준 지분가치는 9327억원에 이른다. 삼성생명 주가가 1년 전 대비 76% 오르며 지분가치가 큰 폭으로 늘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2011년 해외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에서 "삼성생명 주식을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 확보와 수익성 개선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2015년 5월 신세계와 함께 300만주씩 매각해 총 6552억원을 확보했다. 당시 업계에선 신세계와 이마트가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면세점 사업에 쓸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후 이마트 재구무조가 악화될 때마다 남은 삼성생명 지분이 활용될 것이란 추측이 수차례 제기됐다.

국내 신용평가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을 매각하면 자본수익은 발생하지만 그 점포에서 하던 사업을 중단해야 하고, 세일즈앤리스백은 임차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악화된다"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사업 무게 중심을 옮기는 관점에서는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가장 현금화가 쉽고 사업 기반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건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이외에도 추가 인수합병(M&A)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어서 2~3년 간 자금 지출이 계속될 것이란 점을 감안해 현금화가 빨리 되는 삼성생명 주식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둘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마트는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2위 업체인 요기요, 스타벅스코리아 잔여 지분 50%, 신세계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보톡스)·필러 시장 1위 업체 휴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각 업체의 기업가치는 조(兆) 단위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