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8일 오전 6시 30분, 영동고속도로를 타다 덕평 IC로 빠졌다. 덕평 톨게이트 앞, 하늘엔 잿빛 연기가 가득했다. 연기의 발원지는 쿠팡 덕평물류센터. 전날 발생한 화재가 밤새 꺼지지 않으며 연기를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차창을 여니 매캐한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수도권 물류 허브인 덕평 물류단지의 물동량이 일제히 멈췄다. 물류단지로 들어가는 덕평로 갓길엔 물류센터에 들어가지 못한 컨테이너 차량이 멈춰 서 있었다. 물류차량 진입이 막힌 물류센터 앞 도로는 소방차로 가득했다. 이날 화재 진압 작전에 투입된 장비는 모두 196대. 펌프 방수차 20대와 굴절 사다리차 13대가 건물을 둘러싼 채 물을 뿌리고 있었다. 탱크를 비운 소방차들은 바로 교대하며 방수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쿠팡 물류센터의 몰골은 처참했다. 전면 외벽은 대부분 무너져 내렸고, 유리창도 대부분 깨진 상태였다. 건물엔 전체적으로 그을음이 가득했고, 내부엔 아직도 불이 활활 타고 있었다. 전날 밤부터 이천 지역에 비가 왔지만 불길을 잡는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다만 비가 건물 외벽을 식혀 건물 붕괴를 막는데엔 일조했다고 현장 소방관은 말했다.
밤새 소방 작전을 펼친 소방관들은 쿠팡 물류센터 맞은 편 '덕평물류' 건물 외부 주차장에서 아침 식사를 하는 등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란색이어야 할 방화복이 온통 검은색이었다. 소방관들의 얼굴에선 화재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동료에 대한 걱정이 묻어 나왔다. 현장 구조에 투입됐다 돌아온 한 소방관은 기자에게 "(내부 상황이) 답도 없다"면서 "어제 못나온 구조대장을 찾아야 하는데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다른 소방관은 "실종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았냐"라면서 "비관적이긴 하지만 기적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현장에서 실종된 소방관은 광주소방서 소속 김모 구조대장이다. 김 구조대장과 대원들은 전날 오전 11시 20분 현장에 투입돼 지하 2층에서 잔불을 정리하면서 대피하지 못한 인원이 있는지 수색 작업을 펼쳤다. 하지만 진화 작업 중 내부 기자재가 무너져 내리면서 불길이 거세졌다. 대원들은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대피했지만 김 구조대장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구조본부는 실종자에 대한 구조 작업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불길이 거세 내부 진입이 막힌 상태다. 특히 건물 2층 천장 중앙부의 H빔이 열기에 구부러져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소방서 측은 이날 오전 외부 전문가 등과 함께 건물 안전진단을 진행하고 내부 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화재 완전 진압도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다. 박수종 이천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가연물이 건물 내부 전층에 꽉차있는 상황"이라며 "내부도 뻥뚫린 구조가 아닌 꺾여 있는 구조라 화재 진압 후 내부 수습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가 확산된 것과 관련해선 쿠팡이 물류센터 내 스프링클러를 잠가놨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 과장은 "물류센터로부터 스프링클러 수신기 오작동 신고가 여러번 있었는데, 물류센터에서 오작동 신고를 피하기 위해 평소에 잠가놨을 개연성도 있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진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착대는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건물이 넓은 만큼 스프링클러가 터지는 않는 공간도 있을 수 있다"면서 "향후 조사를 하면 (잠금 여부를) 모두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쿠팡 물류센터와 마주하고 있는 롯데택배 이천물류센터도 화재 여파로 이날 작업이 모두 중단됐다. 롯데택배 관계자는 "화재가 옮겨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 전날 자정부터 운영을 모두 중단했다"면서 "이천물류센터 처리 물량은 서울 강남권 물류를 담당하는 장지물류센터로 모두 이관했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전날 오전 5시 30분쯤 건물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쿠팡 직원 248명은 화재 직후 모두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3시간 만에 큰불이 잡혀 소방 당국은 대응 단계를 낮췄다. 하지만 정오 쯤 불길이 다시 치솟았고, 18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29시간째 불길이 잡히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