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이마트(139480)가 미국 이베이 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 최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함께 투자하기로 한 네이버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가 막판에 발을 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마트에게 이베이코리아가 4조 원대 가치를 매길 정도로 매력적인 매물인 반면 네이버는 사업 영역이 상당수 겹쳐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지분율, 방식 등을 두고 미국 이베이 본사와 최종 협상을 하고 있다. 본 입찰에 참여한 롯데쇼핑(023530)이 빠지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마트가 사실상 단독 협상자가 됐다.
다만 이마트가 제시한 인수금액이 미국 이베이 본사가 요구한 수준보다 낮아 최종 인수 조건을 두고 양사 간 추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마트는 전날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나 현재 확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3조 원대 중반~4조 원대 초반에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미국 이베이가 보유하는 안(案)이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때 지분 80%를 인수하는 금액 대부분을 이마트가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트는 보유 현금과 스타필드 등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아 자금을 충당하고 네이버는 10% 미만의 자금을 투자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에 알려진 20%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애초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자체에 관심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에서 이마트가 “논의를 진행중이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협상 진행 사실을 인정한 반면, 네이버가 “당사의 참여 방식, 최종 참여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참여 자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에서도 양사 간 온도 차이가 감지된다.
네이버는 본입찰 직전까지 공동 투자 참여 여부를 놓고 고민했다. 지금도 내부적으로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를 4조 원 이상으로 매긴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신세계그룹과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하고 이른바 반(反)쿠팡 연대를 맺은 만큼 이마트의 SOS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실익을 떠나 정무적인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과 이베이코리아의 유입층이 상당부분 겹쳐, 인수를 통한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제품을 검색해, 가격비교를 통해 G마켓, 옥션으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이 지금도 충분히 많기 때문에 여기서 추가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두 회사 간 관계도 썩 좋지 않다. 이베이코리아는 불과 3년 전 네이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국내 플랫폼 기업 역대 최대인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만든 바 있다.
당시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가 특정상품을 검색했을 때 스마트스토어, 네이버페이 등록 사업자 상품을 상단에 우선 노출한 것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행위라며 공정위에 제소했다. 공정위는 작년 10월, 약 2년 간 조사 끝에 2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네이버는 사실과 다르다며 서울고등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참여하는 순간 공정위의 날카로운 감시 아래 또 한번 놓이게 된다는 점도 네이버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공정위는 자산이나 매출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300억 원 이상인 회사의 주식 20% 이상을 취득하는 경우 신고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때 인수합병한 회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 판단하는 과정에서 업계에서 추정만 했던 네이버의 시장 독점 수준을 공정위가 제대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정위가 최근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네이버 입장에선 더욱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네이버는 작년 기준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27조 원으로 롯데·신세계·현대는 물론 쿠팡을 제치고 1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품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중개만 한다는 이유로 대규모 유통업법에 따른 각종 규제를 받지 않았다. 공정위는 올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네이버 등 오픈마켓 사업자의 갑질을 철저히 규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이마트는 전자상거래 거래액 1위인 네이버와 함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함으로서 반(反)쿠팡 전선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마트가) 네이버, 쿠팡, 이마트 3강 체제로 가기 보다는 네이버를 확실한 자기편으로 만들어 쿠팡과 대결 구도를 만드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