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다운

CJ그룹이 H&B(헬스앤뷰티)스토어 CJ올리브영 상장 작업을 계기로 4세 경영 승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ENM 부사장과 이선호 CJ제일제당(097950) 부장은 작년말 CJ올리브영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로 보유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각각 391억원, 1018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두 남매는 CJ올리브영 주식을 매각해 얻은 현금으로 CJ지주 신형 우선주(CJ4우)를 대량 매입하고 있다. 올 1분기 동안 이 부사장은 신형 우선주를 5만2209주 매수했다. 이선호 부장도 7만8588주 매입했다. 전날 종가(9만600원) 기준으로 이 부사장은 47억원, 이 부장은 71억원어치 주식을 매입한 것이다.

신형 우선주는 최근 기업인들이 승계 수단으로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주식은 당장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정해진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주식 형태다. 의결권이 없어 보통주보다 주식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거래된다. 10일 종가 기준 CJ(001040) 보통주의 주가는 11만1000원. CJ4우가 18% 가량 가격이 싸다. 기업 오너 입장에선 지분 승계 과정에서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최저배당률이 정해져 있어 승계 재원 마련에도 유리하다.

CJ그룹은 2018년 12월 31일 보통주 1주당 신형우선주 0.15주를 배당하는 주식 배당을 단행했다. 이재현 회장은 당시 주식배당으로 신형우선주 184만1336주를 받았다.

CJ보통주 0.13%를 보유하고 있던 이경후 부사장도 5622주를 수령했다.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어 신형 우선주를 배당받지 못했다. 이재현 회장은 2019년 12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형 우선주를 두 자녀에게 92만668주씩 증여하며 승계 작업을 본격화했다.

CJ지주의 신형 우선주는 2029년 1월 1일 보통주로 전환된다. 이선호 부장이 1분기말 보유한 신형 우선주가 모두 보통주로 전환되면 이 부장의 CJ지분율은 현재 2.75%에서 5.55%로 늘어난다. 이 부사장의 지분율도 현재 1.19%에서 3.04%로 높아진다.

유통업계에선 올리브영 프리 IPO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이경후·선호 남매가 올리브영 상장 후 매각으로 얻은 자금으로 CJ지주 지분 추가 확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한다. 이 때문에 상장 전 CJ올리브영 기업 가치를 올리는 작업도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이 CJ올리브영 프리 IPO 과정에서 지분을 일부 매각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며 "IPO를 통해 기업 가치를 더 높게 평가 받고, 더 비싼 가격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후·선호 남매의 개인 회사 격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이다.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선호 부장이 51%, 이경후 부사장이 2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타임와이즈는 지난 7일 CJENM으로부터 100억원 규모의 스마트비대면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같은 펀드에 40억원을 투자한다. 타임와이즈는 이 기금을 토대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방침이다.

지난달 20일엔 씨제이올리브영이 타임와이즈의 'H&B 혁신성장 펀드'에 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CJ제일제당이 타임와이즈의 글로벌 혁신성장 펀드에 310억원을, 스마트바이오펀드에 95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CJ그룹은 타임와이즈를 통해 혁신 기업 발굴에 나서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룹 계열사들이 오너 3세들이 보유한 회사에 대규모 투자금을 대는 방식으로 사실상 밀어주기에 나선 것이란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선호 부장의 연말 임원 승진 여부도 주목된다. 이 부장은 2019년 9월 마약 밀수 혐의로 구속기소돼 업무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그는 올해 1월 CJ제일제당 글로벌비즈니스 담당(부장)으로 복귀했다.

재계에선 CJ그룹이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연말 정기 임원 인사에서 이선호 부장의 상무 승진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에 대해 CJ 관계자는 "연말 임원 인사를 지금 예측하기에는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