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도전장을 낸 두 전라도 기반의 유통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항공사 운영 경험이 없는 이 두 업체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서울회생법원과 매각 주관사 안진회계법인은 오는 14일 이스타항공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7일까지 예비실사를 마친 예비입찰자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일주일 뒤인 21일쯤이면 인수자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에선 하림(136480)그룹과 쌍방울그룹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냈다. 하림그룹은 해운사인 팬오션(028670)이, 쌍방울그룹에선 특장차 제조사인 광림과 미래산업(025560), 연예기획사인 아이오케이(IOK)컴퍼니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그래픽=정다운

저비용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자금난에 빠져, 올해 2월부터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지난 2019년 12월 애경그룹(제주항공(089590))이 인수자로 나섰지만, 이스타항공의 재무적인 부실과 코로나19에 따른 업황 악화 등을 감안해 지난해 포기했다.

재계는 이달 중순 진행될 이스타항공 본입찰의 최대 관건은 자금 조달 능력과 노사 문제 관리능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인수금액뿐만 아니라 자본잠식 상태인 이스타항공을 정상화하는데 투입할 자금력과 고용 승계와 관련해 노동조합 대응 능력 등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번 매각에서 이스타항공 채권단 등이 제시한 핵심 평가항목은 ▲입찰 금액의 규모 ▲자금 투자 방식 ▲자금 조달 증빙 ▲인수 후 경영 능력 ▲종업원 고용 승계 ▲매각 절차 진행의 용이성 등 6가지다.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지분 39.64% 등을 인수하는 게 핵심이다.

① 부채만 2000억원대 이스타항공…재무적투자자 필수

이번 인수전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자금력이다. 누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냈는지가 승부를 가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예비 인수 후보자를 확보한 뒤 추가로 공개 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달 한 중견기업과 'M&A을 위한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새로운 입찰자가 기존 계약보다 낮은 조건을 제시하면 자동으로 예비 인수 후보자가 최종 인수자로 확정된다. 이후 이스타항공은 오는 7월 20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수·합병(M&A)시장에서 추정하는 이스타항공의 매각가는 1500억원이지만, 실제 소요될 자금은 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선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과 재무구조는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의 총 부채는 약 2187억원이고, 이중 649억원이 체불된 임금 등 미지급금과 미지급비용이다. 인수자가 떠안아야 하는 부채만 2000억원대라는 뜻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스타항공의 매출은 908억원이고, 410억원 순손실을 냈다. 현금성 자산도 10억원에 불과해 임금이나 거래대금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294870)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 포기 사태에서 볼 수 있듯, 실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 부실이 나타나거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DC현산의 사례가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시사하는 점도 있다. 지난 2019년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될 당시 HDC현산은 미래에셋대우를 재무적투자자(FI)로 끌어들여 부족한 자금력을 보완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가는 구주인수액 약 4000억원과 신주 발행 금액 등을 포함해 2조원대로 추산된다. 인수 과정에서 다만 채권단과 협상 결과에 따라 채무금액의 일부를 변제받는 것도 가능하다.

팬오션은 매출 기준으로 국내 2위 해운사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500억원을 보유했다. 해운업황과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올 들어 A-인 신용등급 전망이 '긍정적(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상향됐다.

다만 하림그룹은 이번에도 전문적인 투자회사를 파트너로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5년 팬오션(당시 STX팬오션)을 인수하면서 FI로 JKL파트너스를 끌어들였고, JKL파트너스는 최근 블록딜(주식대량매매)을 통해 두 자릿수 내부수익률을 내고 자금을 회수했다.

쌍방울그룹의 경우 컨소시엄에 참여한 계열사들의 현금성 자산 총액이 올해 1분기 말 기준 870억원 정도다. 이스타항공의 매각 추정가의 절반 정도다.

② 두 회사 모두 항공사 경영 경험은 전무...시너지 효과 강조할듯

두 그룹 모두 항공사를 운영한 경험이 전무한만큼, 이스타항공과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어떤 식으로 창출할지를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림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 주체로 해운사인 팬오션을 내세웠다. 벌크선 등 해상 물류에 특화된 팬오션과 이스타항공의 항공 관련 인적·물적 자원을 결합해 항공 물류사업까지 확장할 수 있다. 이 경우 해상과 항공을 아우르는 물류기업으로 성장해 그룹의 무게추를 옮길 수도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신사업 육성과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최근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신사업으로 그룹 내 사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서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해외 진출 확대 효과를 기대한다.

국내 LCC 중에서 중국 노선을 많이 보유한 이스타항공을 통해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해외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중 주요 공항과 기체 등을 활용해 자사 소속 연예인의 드라마, 영화, 예능 등 콘텐츠를 홍보하는 효과 등을 노리는 것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아이오케이(IOK)컴퍼니가 고현정, 조인성, 김하늘 등 배우와 가수 장윤정, 예능인 이영자, 김숙 등이 소속된 연예기획사이기 때문에 가능한 구상이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 소속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을 (이스타항공)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고 공항이나 면세점에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③ 민노총 소속 이스타항공 노조...노사 관리 능력 관건

고용 승계와 노사 문제 관리 능력도 중요하다. 해외 현지 직원을 제외한 이스타항공의 정규직 근로자는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1425명이다. 새 인수자는 고용을 승계하고, 밀린 임금 문제 등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이스타항공 소속 조종사들이 지난해 4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한 것도 변수다. 당시 애경그룹(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 간 인수 협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용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 같은 노조의 강성화가 M&A시장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다.

노사 관리 능력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항공업의 특성 때문이다. 운항 승무원, 객실 승무원, 정비사, 일반직, 운송직 등 직군별로 업무 환경과 조건, 급여 체계 등이 다르다. 이 때문에 대형 항공사는 운항 노조와 일반 노조가 각각 결성되기도 한다.

이 가운데 하림그룹은 과거 STX팬오션을 성공적으로 회생시켰다는 점과 팬오션이 산하에 노조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쌍방울보다 우위에 있다. 향후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고용 문제로 협상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쌍방울그룹 컨소시엄 내 계열사 중에는 노조를 둔 회사가 없다.

한 항공업계 전문가는 "항공사 근로자들은 직군에 따라 요구사항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를 조화롭게 수용할 수 있는 경영진의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항공사 운영의 핵심인) 조종사 등 운항 노조는 경영진의 부실 등이 발생했을 때 파업에 나설 정도로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매각에서는 이스타항공 노조가 협조적으로 응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1년 이상 운항을 중단하면서 임금이 체불된 만큼, 성공적인 매각과 급여 보전 등을 위해 한 발 물러날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