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민연금공단이 포스트 코로나(코로나 이후)의 수혜주로 점쳐지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기민하게 대처한 투자자 중 하나가 국민연금공단이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2019년 말 기준 ‘국내 주식 종목별 투자 현황’과 최근 수시 공시한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 보고서의 내용을 비교한 결과, 유통업계에서도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눈에 띄게 증감한 업종이 엇갈렸다.

그래픽=박길우

국민연금은 올 들어 여행과 외식 관련 기업을 다시 투자 포트폴리오에 담기 시작했다. 최근 신라호텔과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008770)의 주식 2만4904주를 매수해 지분율이 9.82%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말까지만 해도 지분 12.8%를 보유했던 국민연금은 올 초 기준으로 지분율을 8.63%까지 낮춘 상태였다.

도심형 복합리조트인 제주 드림타워를 운영하는 롯데관광개발(032350) 지분율도 6.6%에서 최근 10.45%까지 대폭 높였다. 지난해 12월 특급호텔인 그랜드 하얏트 제주를 개관한 롯데관광개발은 감독당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 오는 11일 드림 카지노의 영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039130)의 주식도 올 들어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지난해 하반기에는 하나투어 지분율을 4.61%까지 낮췄지만, 최근 보유 비중을 7.19%까지 늘렸다.

백신 접종에 따른 인센티브(혜택)로 사적 모임의 인원 제한 완화 등이 적용될 경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주류 기업도 추가로 매수했다. 지난해만 해도 지분율을 9.67%에서 6.59%까지 줄였던 하이트진로(000080)의 주식을 다시 담고 있다.

반면 사행성 업종으로 분류되는 기업에 대한 지분 투자는 최근 들어 옥죈 상태다. 코로나19 직전까지만 해도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주식을 13.4% 보유했던 국민연금은 이 비중을 최근 10.04%까지 줄였다. GKL(114090)은 세븐럭카지노를 운영한다. 지분율을 11.3%까지 늘렸던 케이티앤지도 최근 9.1%까지 하향 조정했다.

서울 신라호텔 전경. /호텔신라 제공

유통 전문가들은 올 들어 소비심리가 회복세인 점과 국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높은 수준인 점이 국내 여행·소비재 기업의 실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가구(2인 이상)의 가계수지흑자율은 31.1%를 기록했다. 가계수지흑자율은 가계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하고 남은 돈의 비율로, 이 비율이 높을 수록 처분 가능한 소득이 많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4월 73으로 2008년 1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5월에는 105까지 회복됐다. 이 지수가 기준점인 100보다 높으면 경기 전망과 소비 계획을 긍정적으로 보는 응답자의 비중이 높다는 뜻이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국내 소비심리와 경기가 회복된 반면 해외 여행 수요가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에 올해가 국내 소비재업종의 실적에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