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 간 자존심 싸움이 된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가격만큼 고용·시너지 등 정성평가 요소가 승부를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8일 이번 거래에 정통한 국내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이베이 본사가 이번 거래에서 정량평가(가격) 만큼 정성평가(비가격 요소)를 중요하게 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안다"며 "통상 인수합병(M&A)에서 중요한 항목이지만 이번 딜에서 특히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한국에서 안전하게 엑시트(Exit·자금 회수)할 수 있도록 본입찰 참가 기업에게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비롯해 이베이코리아 직원들의 고용 유지 계획, 향후 사업 시너지 방안을 요구했다. 롯데와 신세계(004170)는 본입찰 직전까지 미국 본사와 직접 소통하며 정성평가 항목 작성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는 앞서 진행된 다른 M&A에서도 가격보다 정성평가를 우선시한 바 있다. 지난해 세계 1000개 도시에서 지역 커뮤니티의 온라인 광고를 중개하는 사업부(classified ad business)를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모펀드 컨소시엄 대신 경쟁사였던 노르웨이 광고회사 아데빈타(adevinta)에 사업부를 매각했다. 매각가는 92억달러(10조2000억원)였다.

사모펀드 컨소시엄은 92억달러보다 높은 금액을 전액 현금으로 내겠다고 밝혔으나 이베이는 인수 후 사업 시너지를 고려해 아데빈타를 선택했다. 이베이는 25억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아데빈타 주식 44%(의결권 33.3%)으로 받아 매각하는 사업 부문에서 일정 수준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계에선 두 회사가 적어낸 금액이 이베이 본사가 요구한 5조원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3조원 후반에서 4조원대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베이코리아 인력은 900여명 규모로 11번가, 위메프 등 매출 규모가 더 적은 경쟁사가 1000명이 넘는 것에 비교하면 인력 효율화도 상당수준 이뤄져 있다. 정성평가 항목 중에서도 '인수 이후 시너지' 부문이 우선협상대상자를 가르는 주요 항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세계는 자금 조달 계획, 향후 시너지 부문의 취약점을 네이버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면서 보완했다. 이마트의 현금성자산(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사용제한자산)은 1분기 기준 1조9000억원에 그치지만 네이버(3조원)과 합하면 롯데쇼핑(4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주요 고객층이 이베이코리아와 상당부문 겹쳐 시너지 창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지만 3000만명의 간편결제(네이버페이) 가입자를 보유하고 비(非)쇼핑 분야 이용고객이 많은 네이버와 함께 함으로서 신규 고객 확대 가능성도 열어둘 수 있게 됐다.

롯데는 전국 오프라인 매장(백화점·할인점 270개)을 이베이코리아의 물류 거점으로 활용해 배송 효율을 높이고 이베이코리아의 신성장동력인 풀필먼트(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물류관리 시스템) 부문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와 시너지를 낼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는 풀필먼트 사업을 확대하려 하지만 물류센터가 경기도 용인·동탄·인천 3곳 뿐이고 신선식품을 취급할 수 있는 콜드체인(저온물류) 시설이 없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4월 경기도 이천에 풀필먼트 센터를 열면서 풀필먼트 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충북 진천에 짓고 있는 택배 터미널에 풀필먼트 자동화 센터를 구축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작년 10월부터 국내 최초로 콜드체인 기능을 갖춘 전기화물차 6대를 배송에 투입한 데 이어 올해 20대, 내년 100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베이코리아는 쿠팡 등 경쟁사 대비 취약한 부문으로 꼽히는 신선식품 판매·배송을 강화할 수 있고 롯데는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G마켓·옥션 거래액을 물량으로 받아올 수 있다.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는 15일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이베이 본사는 정량, 정성평가를 거쳐 15일 연례 이사회 이후 우선협상대상자를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