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안 매일매일 기본 배달비 0원.’

국내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위인 쿠팡이츠가 지난 2019년 배달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던 ‘배달비 무료’ 정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광고 모델로 차승원, 엄태구, 채수빈 같은 유명배우도 내세웠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의 단건배달 도입을 앞두고 소비자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쿠팡이츠가 6월 한달 간 신규고객에게 배달비를 무료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 쿠팡이츠 제공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달 1일부터 ‘쿠팡이츠 제로’라는 이름으로 배달비 무료 행사를 한달간 진행한다. 신규 고객 대상이다. 이달 새로 가입하고 첫 주문을 하면 배달비 무료 쿠폰을 준다. 가입 이후 30일 간 매일 쿠팡이츠를 방문하면 하루에 한번씩 쿠폰을 준다. 쿠폰금액은 최대 4000원이다. 첫 주문 고객에게 5000원 할인 쿠폰을 주는 행사도 한달 간 진행한다.

‘배달비 무료’는 쿠팡이츠가 지난 2019년 5월 배달 서비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한번에 한집 배달’과 함께 시장점유율을 한번에 끌어올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던 혜택이다. 당시 쿠팡이츠는 경쟁사가 2000~3000원 정도 받던 배달비를 받지 않고 최소주문금액도 없애 화제가 됐다. 서비스가 어느정도 안착된 다음해부터는 입점업주들에게 배달비와 최소주문금액을 직접 설정하도록 했다.

쿠팡이츠가 서비스 초반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6월이 배달업계의 시장점유율 싸움이 격화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날이 더워지면서 배달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경쟁사인 배민이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전날 입점업체들을 위한 홈페이지(배민사장님광장)에 “6월 8일 서울 송파구를 시작으로 배민원을 본격 선보인다”고 공지했다. 쿠팡의 차별화 요인이었던 단건배달을 업계 1위인 배민이 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장점유율 상승세가 제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을 수 있다.

오는 6월 8일 개편되는 배달의민족(배민) 앱 화면. / 우아한형제들 제공

우아한형제들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입점업체를 모집한 결과 4만개 이상의 식당이 입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입점업체들 가운데 배달기사 공급이 충분한 지역이나, 음식 특성상 빠른 배달이 필수적인 식당의 호응도가 높았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가게 상황에 맞춰 한집배달(배민원)과 기존 여러집 배달 중 골라 가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배민이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입점업체 확보에 집중하는 동안 쿠팡이츠는 단건배달 서비스 품질을 좌우하는 배달기사 확보에 나섰다. 이달 배달완료율 등 일정요건을 충족한 기사들에게 6000원 안팎의 고정단가를 지급하는 ‘리워드 프로그램’을 시범 도입했다. 이달 일부 배달기사를 대상으로 운영한 뒤 향후 공식 도입할 계획이다. 전국적으로 모든 시간대에 걸쳐 안정적인 단건배달을 제공하기 위한 복안이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앱 사용자를 토대로 추정한 점유율은 올해 2월 기준 배민(81.5%), 요기요(33.5%), 쿠팡이츠(18.7%) 순이다. 쿠팡이츠는 배달 앱 시장 무명에서 2년 만에 2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지만 여기서 안주하면 만년 3위에 머무를 수 있다. 쿠팡이 차기 성장동력으로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로켓프레시와 함께 쿠팡이츠를 내세운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의 적자폭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쿠팡이츠는 쿠팡 내 사업부에서 지난 4월 자회사로 분사돼 별도 실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쿠팡이 작년 한해 6000억원대, 올해 1분기 3300억원의 적자를 내는 데 쿠팡이츠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