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이 기업공개(IPO)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롯데그룹(롯데지주(004990))의 국내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지주회사를 설립했지만, 일본 광윤사가 지배한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의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은 완성하지 못해 '미완의 지주사'로 남아 있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주요 계열사가 지분 관계를 정리하는 등 수년 동안 멈춰 있던 지주사 체제 재편 작업에 시동을 새로 걸었다. 첫 단추는 롯데렌탈이 뀄다. 지난달 3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다.
◇ 기업가치 2조 롯데렌탈 IPO '자금수혈+지주사 체제 재편' 효과
롯데그룹이 지난 2015년 인수한 롯데렌탈(옛 KT렌탈)은 2020년 기준으로 연 매출 2조1008억원, 당기순이익 233억원을 낸 알짜 회사다. 매출의 90% 정도가 렌터카·자동차 리스·중고차 매매 중개 등 모빌리티(이동수단 관련 서비스) 부문에서 나온다.
현재 롯데렌탈의 최대주주는 지분 약 47%를 보유한 호텔롯데이고, 부산롯데호텔(28.43%)과 투자회사 그로쓰파트너(19.61%) 등이 주요주주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그로쓰파트너의 경우 롯데렌탈의 상장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당초 롯데렌탈이 투자금을 조달한 조건이 2022년까지 상장을 통한 상환이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을 상장하면 호텔롯데의 자산 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고, IP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국내 계열사 간 지배구조를 재편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텔롯데의 주요 사업 축인 호텔업과 면세점업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만큼 자금을 융통하는 효과도 클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 주식 1주당 신주 1.5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단행하고, 투자회사 레드스탁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02%를 호텔롯데가 사들였다. 롯데렌탈의 발행주식 수(2942만3000주)와 호텔롯데가 인수한 가격(주당 7만6599원)을 단순 계산한 롯데렌탈의 기업 가치는 2조2000억원대다. 이 때문에 롯데렌탈의 공모 희망가격 하단도 7만6600원 이상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미완의 지주사' 롯데지주, 롯데렌탈 IPO 통해 호텔롯데 상장 포석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 롯데지주를 설립했지만 계열사의 주요 주주 역할은 호텔롯데와 나눠 맡고 있다. 호텔롯데가 롯데쇼핑(8.86%), 롯데물산(32.83%), 롯데건설(43.07%)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어서다.
롯데지주의 경우 신동빈 회장의 지분(13.0%)과 계열사 보유분을 합한 지분율이 41.7%(보통주 기준)다. 반면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이고, 특수관계회사인 일본 주식회사L투자회사 등과 함께 99%에 가까운 지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를 비롯한 롯데그룹 전반에 '일본 회사'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전문가들은 롯데렌탈의 IPO를 호텔롯데의 상장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당초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 호텔롯데의 상장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해 내내 이어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광윤사 대표간 경영권 분쟁에 이어 이듬해 정부의 대대적인 비자금 수사가 이어지면서 흐지부지 됐다.
안상희 대신경제연구소 본부장은 "롯데그룹은 지주사를 설립한 이후로도 지배 구조를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롯데렌탈을 성공적으로 상장시킨다면 자금 수혈에 더해 지주사 체제로 재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롯데렌탈과 호텔롯데 등 주요 계열사를 상장시키더라도,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홀딩스와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지분율이 4.1%에 불과한 점이 암초다.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광윤사(28.1%)는 신동주 대표(50%)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다. 수 년 동안 경영권 다툼을 벌여온 신 회장과 신 대표가 극적으로 협상하지 않는 한, 한일 롯데그룹 사이의 지분 관계를 쉽게 청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