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부회장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이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과거 세월호 방명록에 쓴 표현을 따라했다는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마트·스타벅스 등 신세계 계열사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는 소셜미디어 특성상 영향력이 큰 정 부회장의 잘못된 발언이 기업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인스타그램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5·26일 자신의 SNS에 우럭·랍스터 사진을 올리며 “잘 가라 우럭아 니가 정말 우럭의 자존심을 살렸다 미안하다 고맙다” “가재야 잘 가라 미안하고 고맙다” 등의 글을 썼다.

온라인에선 정 부회장의 글이 문 대통령의 세월호 방명록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3월 진도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얘들아 너희들이 촛불광장의 별빛이었다. 너희들의 혼이 1000만 촛불이 되었다. 미안하다. 고맙다”고 적어 비판이 일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8일엔 소고기 사진을 올리며 “너희들이 우리의 입맛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적었다. 이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6년 세월호 분향소에서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다시 세웠다. 참 고맙다”고 쓴 방명록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정 부회장은 이후 해당 글을 “육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일품임. #남의살 아 진짜 맛나게 먹었다 고맙다”로 수정했다.

정 부회장이 올린 글에 대한 소비자들 반응은 차갑다. 한 소비자는 “정 부회장이 문 대통령 발언 뿐만 아니라 박 전 시장 발언까지 따라했다”며 “이마트(139480), 신세계, 스타벅스까지 불매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관련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미안하다' ‘고맙다’는 소셜미디어의 음식 관련 게시글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라며 “이를 어떤 의도를 갖고 사용했다고 하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의 발언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저격해 재계에서 “상도의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말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창단식을 앞두고 음성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롯데는 갖고 있는 가치를 본업에 잘 연결하지 못하는 것 같다” “걔네(롯데)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4월 27일 롯데자이언츠 구단주인 신 회장이 잠실 구장을 찾아 LG·롯데의 경기를 관전하자 “내가 롯데를 도발했기 때문에 동빈이형이 야구장에 왔다” “내가 도발하니까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에서 지켜야 할 예의라는 게 있는데 (정 부회장의 저격 발언은) 도가 너무 지나친 것 같다”고 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셜미디어는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정 부회장같이 영향력이 있는 경우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는 셈”이라며 “소통 실패가 기업의 경쟁력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번의 실패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오는 나비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