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남자기 로고.

국내 최초 도자기업체인 행남사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실패한 끝에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는 행남사에 대해 "기업의 계속성 및 경영의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코스닥시장본부는 일주일 간의 정리매매기간을 지정하고, 오는 6월 7일 행남사의 상장폐지를 예고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가 이미 지난해 말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지만 행남사가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이 최근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행남사는 지난 1942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생활도자기 브랜드인 행남자기를 보유한 회사다. 행남자기는 1953년 국내 업체 최초로 커피잔 세트를 생산했고, 한국의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2000년대까지만 해도 대표 혼수 브랜드로 전성기를 누렸다. 연매출 400억~500억원에 20억~30억원대 순이익을 냈다.

이같은 과거의 영광은 찾아보기 힘든 상태다. 2020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행남사의 매출은 81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각각 29억원과 4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순손실로 전환한 이후 6년째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그래픽=김란희

문제는 경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촉발되면서 시작됐다. 2010년대 들어 덴비(영국), 포트메리온(영국), 로얄코펜하겐(덴마크), 이딸라(핀란드) 같은 해외 식기 브랜드의 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전통 도자기를 표방한 행남사의 경쟁력은 자연히 약화됐다. 한국도자기와 함께 국내 자기시장을 양분했던 행남자기는 최근 시장점유율이 25%까지 떨어졌다.

고(故) 김창훈 창업주와 그의 장남인 고(故) 김준형 명예회장이 세운 이 회사는 1986년부터 3세인 김용주 회장이 이끌었다. 경영권은 지난 2012년 창업주 4세인 김 회장의 아들 김유석 사장에게 승계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분이 나눠져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11월 인터넷 방송 서비스 업체 더미디어의 반경수 대표 등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이듬해인 2016년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주주가 와이디통상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불과 1년 뒤인 2017년 행남사 경영진은 전환사채를 발행한 자금으로 비상장사 주식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고, 경영권은 투자회사인 마크원인베스트먼트에 넘어갔다.

행남사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이후로도 표류했다. 2018년에는 자본잠식과 순손실 누적 등 문제로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미디어산업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2019년 1월 사명을 스튜디오썸머로 변경하고 영화 제작 등으로 수익을 냈지만, 호시절은 짧았다. 파생상품 투자로 손실을 낸 데다 회계 문제까지 금융당국에 적발되면서 과징금을 부과받기에 이르렀다.

결국 영화사 월광과 사나이픽처스를 카카오엠에 매각하고 사명을 다시 행남사로 변경했다. 사업 방향도 다시 바뀌었다. 프랜차이즈 '한촌설렁탕'을 운영하는 이연에프엔씨가 새로운 최대주주가 돼, 식품사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행남사 매출의 55% 정도는 도자기 제조업에서, 40% 정도는 도시락용 김 등 조미김 사업에서 나온다. 외식업체인 '육수당' 브랜드로 가맹사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더욱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닥치면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회생절차는 올 1월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