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시간에 상관없이 6000원대 배달료를 지급합니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뛰어든지 2년 만에 20%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한 쿠팡이 이번엔 '정액 배달료 지급'이라는 승부수를 던지며 배달판을 흔들고 있다.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이 쿠팡이츠를 따라 단건 배달 서비스를 시작하는 다음 달 시험 도입 하기로 하면서 점유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6일 쿠팡의 배달 서비스 자회사 쿠팡이츠는 일부 배달파트너(배달기사)들에게 6월부터 '리워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안내했다. 일정요건을 충족한 배달기사들에게 △레전드 △에픽 △마스터 등급을 부여하며, 이 등급이 되면 날씨나 시간대 상관없이 고정단가를 적용한다는 게 골자다. 고정단가는 △레전드가 건당 6500원 △에픽이 6100원 △마스터가 5900원이다.
3개 등급이 되려면 한달 간 배달완료 건수가 최소 200건, 완료율은 70%가 넘어야 하고, 쿠팡이츠가 정하는 지역별 피크시간대에 배달을 20회 이상 해야 한다. 전월 실적을 토대로 다음 달에 혜택이 적용되며 고정단가 이외에 맥도날드, 스타벅스 쿠폰이 등급별로 1~2장씩 지급된다. 쿠팡 측은 "6월 리워드 프로그램은 일부 배달 파트너를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운영된다"며 "테스트가 종료된 뒤 모든 배달 파트너를 대상으로 공식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민, 쿠팡이츠 같은 배달 서비스 업체들이 배달 기사들에게 지급하는 요금은 지역이나 날씨, 시간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2000~3000원 정도의 기본료에 배달기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시간대일수록, 날씨가 궂을수록 높은 할증료가 붙는다. 예컨대 배달이 몰리는 낮 12시에서 오후 1시 비 내리는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서 음식 배달을 하면 1만~2만원에 달하는 배달료를 받을 수 있다. 그외 시간대나 배달기사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지역은 배달료가 할증 없이 2000~3000원까지 떨어진다.
쿠팡이 6000원대의 다소 높은 배달료를 고정단가로 지급하기로 한 건 전국적으로, 모든 시간대에 걸쳐 안정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한 복안이다. 배달기사들이 배달료가 높은 강남3구 등 특정지역이나 피크타임 시간대에만 몰리는 현상을 완화하고 이른바 배달 기피지역이나 공급이 부족한 시간대를 줄이려는 것이다. 이달 14일부터 배달 거절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기사에 대한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삼진아웃제는 배정 제한을 3번 이상 받으면 쿠팡이츠와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리워드 프로그램이 단건배달에 이은 쿠팡의 두번째 히트작이 될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배달 앱 시장에서 무명이었던 쿠팡은 단건 배달이라는 전례없는 서비스로 무섭게 치고 올라와 업계 1,2위인 배민과 요기요를 위협하고 있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아이지에이웍스가 앱 사용자를 토대로 추정한 점유율은 올해 2월 기준 쿠팡이 18.7%로 배민(81.5%)과 요기요(33.5%) 다음으로 높다. 배민이 다음 달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도입하기로 하며 쿠팡의 단건 배달은 업계 표준이 됐다.
배송 기사들이 모이는 네이버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배달 기사가 늘면서 배달료가 계속 떨어졌는데 고정단가가 높아 만족스럽다"는 의견과 "등급이 되기 위해 채워야 하는 요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쿠팡이츠의 노예가 되라는 얘기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올 1분기에만 3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쿠팡에 쿠팡이츠의 리워드 프로그램은 재정 부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 3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5조원의 실탄을 마련한 쿠팡은 공격적인 투자로 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를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