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출점을 앞둔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겹악재에 부딪히면서 롯데쇼핑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통 부문 실적을 책임지는 백화점이 경쟁사와 달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신규 출점 효과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5일 롯데쇼핑(023530)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당초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다음달에 개관하는 것으로 내부 일정을 잡았으나 최근 8월로 연기했다. 회사 측은 "백화점 내부 완성도를 높이고 여름보다는 패션업계 대목인 가을·겨울에 개관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코로나19 상황도 8월쯤 되면 더 나아질 것 같아, 서두르지 말고 더 준비해서 문을 열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외관 공사가 마무리 되고, 내부 매장 구성까지 대부분 끝난 백화점 개관이 두 달이나 늦어지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관이 늦어질수록 투자금 회수시점이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동탄점이 3대 명품(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이 없는 롯데 영등포점과 비슷한 연 매출을 낸다고 추정하면 두 달 간 600억원 가량을 날리는 셈이다.
롯데쇼핑이 백화점 개관에 신중한 건 그만큼 동탄점 성공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표였던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겸 부회장이 지난 2019년부터 점포 구조조정 작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이례적인 출점이다. 백화점 신규 출점은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아웃렛과 쇼핑몰을 제외한 롯데백화점 점포수는 작년 1분기 32개에서 청주점 폐점으로 올해 31개로 줄었다가 동탄점이 개점하면 32개로 늘어난다.
백화점 부문은 올해 롯데 유통업 실적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될 지를 좌우할 전망이다. 1분기에도 할인점, 슈퍼, 홈쇼핑, 컬처웍스, 이커머스 등 다른 사업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반면 백화점은 매출 11.5%, 영업이익이 261.3% 증가했다. 다만 신세계(004170)와 현대백화점(069960)의 1분기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각각 8.7%, 4.3% 증가한 반면 롯데백화점은 12.4% 줄었다.
작년부터 백화점 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황범석 대표의 어깨도 무겁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업계 1위라는 명성을 신세계에게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롯데 매출 1위 점포인 본점은 지난 2017년 신세계 강남점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4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롯데 내 매출 3위 점포인 부산 본점도 그동안 5위를 지키다 작년 6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롯데 31개 점포 중 인천터미널점을 제외한 30개 점포가 역성장한 반면 신세계는 12개 중 5개 점포 매출이 성장했다. 롯데가 폐점 등 구조조정에 집중하는 사이 신세계는 부산, 대구에 3대 명품을 입점시키며 지역 1번점 전략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동탄점 개관이 연기된 상황에서 롯데백화점 동탄점 선정 과정을 둘러싼 검찰 수사라는 돌발 악재까지 터졌다. 검찰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화성 동탄2신도시 백화점 사업자'에 롯데가 선정된 과정에 LH 출신 전관이 세운 A 설계회사의 로비가 있었는지 규명하기 위해 지난 11일 LH 본사와 롯데의 특수목적회사(SPC) 롯데타운동탄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15년 7월 LH가 실시한 백화점 사업자 입찰에서 롯데쇼핑 컨소시엄이 현대백화점 컨소시엄(4114억원)보다 낮은 3557억원의 땅값을 적어내고도 탈락한 과정에 LH의 부정 심사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LH 출신이 설립한 설계회사가 롯데 측 컨소시엄이 참여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6년 전 국정감사를 통해 처음 알려졌으나 당시에는 정식 수사로 이어지지 않았다가 최근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사회 문제로 비화돼 검찰이 최근 5년 간 부동산 투기 관련사건 기록을 점검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LH는 "과거 입찰 가격 만으로 선정한 사업자가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어 전문가들의 평가를 토대로 공정하게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롯데쇼핑 컨소시엄은 심사위원의 주관적 평가가 들어가는 사업계획 평가 항목에서 현대백화점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가격 열세를 뒤집었다. 대학교수, 회계사, LH 간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롯데에 대해 '노하우를 보유한 걸로 판단됨', '노력한 흔적이 엿보임' 등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현대에 대해선 '세부적인 마케팅 활동 계획이 아쉽다'는 평가를 했다. 롯데쇼핑 측은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롯데쇼핑의 가장 큰 고민은 입점 브랜드 구성이다. 현재까지 입점이 확정된 브랜드는 △생로랑 △메종마르지엘라 △토즈 △델보 △휴고보스 △돌체앤가바나 △알렉산더맥퀸 등이다. 백화점 매출을 좌우하는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는 아직까지 입점이 확정되지 않았다. 증권업계도 동탄점 매출 추정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에서 출점 일정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계획을 공유하지 않아 매출 추정이 어렵다"고 했다.
유통업계 안팎에선 동탄점이 오는 2023년까지 8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낼 지 주목하고 있다. 8000억원은 동탄점의 강력한 경쟁점포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지난 2015년 개관 후 3년차에 낸 실적이다. 두 점포는 경기 남부 신도시 입주민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업면적 기준으로는 동탄점이 9만3958㎡(2만8400평)로 그동안 경기도 최대 규모였던 현대백화점 판교점(9만2416㎡, 2만8005평)을 제친다.
동탄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현대차 남양연구소가 위치해 있어 젊은 고소득층이 많이 산다. SRT(수서고속철도) 동탄역이 개통했고 오는 2023년에는 삼성역까지 20분이면 갈수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동탄역도 개통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맥킨지는 '2025년 세계 7대 부자 도시'로 경기도 화성을 4위로 꼽으며 "서울 이남 지역에서 성장하는 도시"라고 했다.
롯데쇼핑은 30~40대 동탄에 거주하는 주부를 타깃으로 영어 키즈 카페인 '세서미 스트리트'와 '유튜브 플레이존'을 구성하고, 유명 브런치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인 오픈 하우스, 개방형 명품관 아트리움을 입점시킬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