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서울 주요 아파트에 중고 거래를 돕는 '당근존'을 설치한다. 중고 거래는 사기 당하지 않으려면 판매자와 얼굴을 마주보고 직접 제품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인데 개인 간 거래다 보니 성희롱·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었다. 당근마켓은 안전한 거래 장소를 만들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전날부터 오는 30일까지 서울 강서구 강서힐스테이트 피트니스센터 카페에서 당근존을 운영한다. 아파트 주민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당근존을 이용할 수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아파트 측과 협의돼 중고 거래 공간을 마련했다"고 했다.
당근마켓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동네 설정에서 화곡동을 등록하고 중고 제품을 판매하면 된다. 직원 1명이 당근존에 상주하며 체온 측정, 명부 작성, 손 소독을 돕는다. 당근존에서 거래하는 주민 200명에겐 선착순으로 당근 장바구니를 제공한다.
당근마켓이 중고 거래 장소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근마켓은 일주일씩 장소를 바꿔가며 서울 주요 아파트에 당근존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아파트 뿐만 아니라 유동 인구가 많은 공공 장소나 지역 거점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기존의 중고 거래 사이트는 구매자가 계좌로 돈을 입금하고 판매자가 제품을 택배로 보내는 구조라 사기 당할 위험이 있었다. '노트북을 구매했더니 택배로 벽돌이 왔다'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당근마켓은 '오고 가며 마주치는 이웃 주민과의 믿을 수 있는 중고 거래'를 앞세우며 빈 틈을 파고 들었고 지난달 누적 가입자 2000만명을 돌파했다. 중고 거래 뿐만 아니라 주민들과 취미 생활을 공유하고 동네 맛집, 인테리어, 출산·육아, 교육 정보 등을 나누는 지역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채팅으로 연락하며 시간, 장소 등을 직접 정하고 거래하는 구조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는 개인 간 거래다 보니 성희롱이나 스토킹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근마켓에서 성희롱을 당했다는 후기도 연달아 올라왔다.
경북 포항의 한 당근마켓 이용자는 지난해 말 "원피스를 판매하는데 갑자기 스타킹을 판매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며 "기분이 안 좋아 차단하고 당근마켓을 탈퇴했다.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경남 거제의 또 다른 이용자는 속옷을 판매하던 중 "착용한 중고품인가요. (속옷) 입던 것 안 팔고 줄 수 있나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소연 했다.
당근마켓은 당근존을 통해 안전 거래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끼리 신뢰할 수 있는 건강한 거래 문화를 조성하겠다"며 "다양한 실험으로 지역 생활 편의를 높이는 서비스로 성장하겠다"고 했다. 당근마켓은 최근 서로 전화번호를 공유하지 않아도 가상의 안심 번호로 통화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