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군살 빼기를 통한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 사업을 정리하고 본업인 리조트, 호텔 사업에 집중한다는 의도다. 강도높은 사업 구조조정 이후 지난해 경영에 복귀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3세 경영에 본격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서울 중구에 있는 더 플라자 호텔.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제공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4일 외식서비스업을 담당하는 식음료(F&B) 사업 부문(고속도로 휴게소 및 주유소 사업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의 방식으로 분할한다고 밝혔다. 신설회사의 법인명은 더테이스터블 주식회사(가칭)으로, 분할기일은 오는 7월 1일이다. 외식사업부는 63파빌리온(식음) 등 6개 업장, 63그랜드볼룸(연회) 등 2개홀, 티원(외식) 14개 업장, 연세플라자(컨벤션) 등 4개 업장을 운영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각 사업부분이 독립적으로 사업에 전념하도록 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업 성장을 위한 전문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현안에 대한 탄력적인 대응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난 4월 진행한 아쿠아플라넷 법인 설립 취지와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쿠아리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아쿠아플라넷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존속법인인 한화리조트는 기존 플라자 호텔 등 특급호텔과 전국 각지의 리조트·골프장 등을 운영하고, 아쿠아플라넷은 여의도 ‘아쿠아플라넷63’ 등 5곳의 아쿠아리움 사업을 운영하는 식이다. 이 역시 전문성 강화와 경영 효율화 차원이라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잇달아 분할한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사는 이미 여러 사업부를 매각해 왔다. 지난해 2월 위탁급식·식자재유통(FC) 부문을 물적분할해 사모펀드 VIG파트너스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1월 말에는 중국에서 FC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푸디스찬음관리 유한공사 지분 100%를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했다. 이 밖에 사이판 월드 리조트와 골프장 골든베이GC의 매각도 진행 중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현재 F&B 매각과 관련한 사항은 정해진 것이 없지만, 단독 법인으로서 지속 발전할 수 있는 투자 유치 등의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행보는 부진한 사업을 떼어내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953억원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26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9년 이후 3년째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본업에는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달 초 한화건설이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시설관리업체 한화에스테이트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본업인 호텔·리조트 사업 전문성을 키우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자산을 포함해 숙박 시설 개발과 운영 역량을 에스테이트의 부동산 기획·컨설팅, 자산·시설 운영관리 및 건축·에너지 역량과 접목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는 것을 두고 3세 승계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인 ㈜한화는 지분 22.7%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 최대주주다. 장남 김동관 사장 지분은 4.4%고, 김동원 전무와 김동선 상무보는 각각 1.67%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대주주는 50.62% 지분을 보유한 ㈜한화다. 계열사인 한화솔루션(48.7%)이 2대 주주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한화에너지 상무보가 맡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승마선수로 활동하던 김 상무보는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했다. 당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면세사업 태스크포스(TF)팀을 이끌며 시내면세점 특허 입찰을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만취 상태로 벌인 폭행 사건 등에 휘말리며 2017년 퇴사했다. 이후 독일에서 종마, 요식업 등 개인 사업을 벌이다 지난해 귀국해 한화에너지에 입사했지만, 현재 휴직한 채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김 상무보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