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과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프리랜서 중심의 통번역가 채용시장 판을 뒤흔들고 있다. 두 회사가 외국 본사나 임직원과 한국 직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통번역가 상근직 채용을 확대하고 있어서다.

그래픽=정다운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통번역 조직 신설을 앞두고 최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등 통번역가 양성 교육기관을 통해 팀 리더와 경력직을 채용하고 있다. 이 회사가 출범한 이후 통번역 전담 인력을 채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채용 예정인원은 최소 두자릿수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2019년 회사를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본사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배민 서비스를 시작해 업계 1위가 된 우아한형제들 인력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일본, 베트남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을 세웠지만 한국인 직원들이 상당수 일하고 있어 한국 법인과의 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 배달 앱 세계 1위인 독일 DH에 인수되면서 본사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통번역 인력이 필요해졌다.

지난달부로 배민의 이사회 멤버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 됐다. 기존 구성원이었던 창업자 김봉진 이사회 의장과 김범준 대표 외에 DH 측 고위 임원 3명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벨기에 국적의 피터 얀 반데피트 DH 최고운영책임자(COO), 독일인 안드레아스 크라우제 법무실장, 하네스 하우스발트 부사장이다.

우아한형제들보다 앞서 통번역 업계 인력을 싹쓸이 하고 있는 회사는 쿠팡이다. 그동안 통번역 업계에서 기업 채용이라고 하면 삼성, LG, 현대차 등 대기업이 외국인 임원 전담 통번역 상근 인력을 소수 뽑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쿠팡이 사업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영어 통번역 신입, 경력을 수시로 채용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쿠팡 측은 통번역 인력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선 100명에 가까울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상품 매입, 회계 등 세부 조직별로 전담 통번역 인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다른 회사 대비 높은 연봉'과 경조사 및 리조트 등 휴양시설 지원 등 복지혜택을 내걸며 통번역대학원 수료자, 졸업자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이 통번역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는 건 이 회사가 '한국에서 돈을 버는 미국 회사'인 탓에 외국 인력이 많기 때문이다. 쿠팡은 미국에 설립된 법인이 한국 사업 법인을 100% 지배하는 구조다. 현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다. 창업주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이고 고프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임원 상당수가 외국인이다.

임원 뿐 아니라 쿠팡 앱에 적용되는 핵심 기술을 만든 개발자와 디자이너 상당수가 외국 국적자로 미국 시애틀, 마운틴뷰, 중국 등 해외 사무소에 근무하고 있다. 쿠팡에 고용된 통번역가들은 대면회의나 사무소 간 화상회의를 동시 통역하거나 대내외 문서나 보고자료, 메일을 번역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참가인원이 많은 회의를 할 때는 국제회의 현장처럼 부스에 앉아 실시간으로 통역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