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위에 올라간 달고나 퍼먹어 주시면 안되나요?”

”머핀이랑 케이크도 한 입씩 먹어주세요!”

“헤이즐넛 아메리카노 많이 단가요? 알려주세요~”

14일 오후 1시. 배달의민족(배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커피빈 모바일상품권 판매 방송(쇼핑라이브)을 켜자 앱 화면에 시청자들이 쓴 댓글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누적 시청수를 보여주는 왼쪽 상단 숫자도 쉴새없이 올라갔다. 방송 초반 1만건대였던 시청수는 20분 단위로 1만건씩 늘더니 방송이 끝날 무렵에는 5만건이 됐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배달의민족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커피빈 배민 쇼핑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2021.5.14. / 고운호 기자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배달의민족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커피빈 배민 쇼핑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2021.5.14. / 고운호 기자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배달의민족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커피빈 배민 쇼핑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2021.5.14. / 고운호 기자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배달의민족 스튜디오에서 쇼호스트가 커피빈 배민 쇼핑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2021.5.14. / 고운호 기자
14일 오후 1시, 배달의민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커피빈 모바일상품권 쇼핑라이브에서 쇼호스트 김동환(왼쪽), 김윤희(오른쪽) 씨가 방송하고 있는 모습. / 배민 캡처

이날 판매 물품은 30% 할인된 커피빈 모바일상품권 1만원권 5000장이었다. 1인당 구매 수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수는 어떤 상품을 어떻게 파는지 궁금해서, 혹은 그냥 방송이 재밌어서 접속한 사람들이다. 방송이 진행된 70분 간 시청자들은 쇼호스트에게 음료와 디저트 맛이 어떤지 질문하거나 직접 먹어 달라고 요구하고 구매 인증, 퀴즈 이벤트에도 참여했다.

방송이 시작된 지 30분쯤 지났을 때 진행자는 배민 앱을 통해 상품권으로 커피와 디저트를 직접 주문하고, 배달 기사로부터 제품을 받아 먹는 모습까지 원테이크(one take·끊지 않고 한 번에 촬영하는 영상 기법)로 보여줬다. 홈쇼핑이나 전자상거래 기업은 할 수 없지만 배달 앱 이기 때문에 가능한 ‘즉시 배달→취식 가능’이란 차별점을 생방송을 통해 어필한 것이다.

14일 오후 1시 진행된 배민 쇼핑라이브에서 쇼호스트 김동환씨가 배민 앱에서 커피빈 모바일상품권으로 음료, 디저트를 주문해 받아오는 모습. / 배민 앱 캡처

이날 배민이 3월 개시한 신규 서비스 ‘배민쇼핑라이브’를 촬영하는 서울 송파구 스튜디오를 찾았다. 배민쇼핑라이브는 모바일 앱에 접속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라이브 방송(라방)을 진행해 제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다. 국내에선 홈쇼핑 기업들이 가장 먼저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세우면서 ‘홈쇼핑의 모바일 버전’으로 소개됐다.

배민쇼핑라이브 역시 방송 촬영·진행 과정은 홈쇼핑과 유사하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판매 물품이 정해지면 2~3주 간 출연자를 섭외하고, 판매자와 함께 방송 구성 방식을 정한 뒤 세트장 연출 및 음식 조리 방식 등 세부 내용을 고민해 방송을 한다.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은 프로듀서(PD)와 카메라 담당자, 엔지니어, 푸드 스타일리스트 등을 합쳐 15~20명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배민은 제품 판매보다 ‘재밌는 방송’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홈쇼핑과 지향점이 한끝 다르다. 현장에서도 제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한다는 긴박감 보다는 예능 촬영 현장에 있는 듯한 즐겁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방송 내내 진행자 2명은 ‘품절 임박’이나 ‘지금 결제하라’는 식의 구매 유도 멘트를 거의 하지 않았다. 이날 스튜디오에서 만난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신사업부문장(상무)은 “쇼핑라이브를 통해 추구하는 첫 번째 키워드가 ‘재미’”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배달의민족 스튜디오에서 김용훈 우아한형제들 신사업 부문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5.14. / 고운호 기자

우아한형제들은 배민쇼핑라이브를 통해 소비자들이 배민 앱에서 음식만 주문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머물며 놀다 갈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홈쇼핑도 전자상거래 기업도 아닌 배민이 뒤늦게 라이브커머스에 뛰어든 목적은 락인(lock in·고객 가두기) 효과를 만들기 위해서다. 고객이 어떻게 앱이나 홈페이지에 오랫동안 머물게 만들 것인지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플랫폼 사업자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이런 지향점은 일반 홈쇼핑이나 이커머스 기업에서 보기 드문 방송 콘셉트로 나타났다. 가령 이 회사는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라라스윗 제품을 판매하면서 제품 이름에 들어간 ‘라라’에서 영감을 받아 ‘라라랜드’ 컨셉으로 라방을 진행했다. 제품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구성된 세트장에서 출연자들이 춤 추고 노래를 했다. 폭립을 팔면서는 영화 인터스텔라를 컨셉으로 잡아 쇼호스트에게 우주복을 입혔다. 쇼호스트가 어린 시절 폭립을 뜯고 있는 사진과 현재 우주복을 입은 모습을 한 화면에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노렸다.

김 상무는 “그동안의 배민쇼핑라이브 방송을 보면 같은 포맷이 하나도 없다”며 “기존 성공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니라 바닥부터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이란 분야에서 배민이 가진 상징성이 있다. 같은 라방이지만 다루는 방식이나 전달하는 표현에 있어서 배민 만의 표현으로 가공해서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송이 좀 병맛(맥락 없고 형편없으며 어이없는 웃음이라는 신조어) 같아도 배민이 만들면 소비자들이 이해해 줄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른바 B급 감성을 추구한 덕분인지 후발주자임에도 배민쇼핑라이브의 평균 시청 수와 거래액은 빠르게 늘고 있다. 배민은 3월 9일 서울 망원동 떡집 ‘경기떡집’을 시작으로 배민에 입점한 BHC, 커피빈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 입점 업체와 손잡고 만든 가정간편식(HMR), B마트에서 판매하는 신선 과일, 야채, 가공식품 등을 판매했다. 방송 당 평균 시청 수는 지난달 3만7000회에서 이달 4만7000회로 증가했고 하루 최대 거래액은 2억원대에서 3억원대로 늘었다.

장혜은 우아한형제들 배민쇼핑라이브콘텐츠팀 팀장은 “다른 라이브방송 플랫폼을 경험하고 나서 배민을 찾은 판매자들이 ‘배민은 세트장이나 요리 표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인력도 많이 투입한다’는 평가를 해준다. 현장 인력이 많아 실시간 대응이 신속하게 잘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14일 배민 쇼핑라이브 현장에선 단 한대의 컴퓨터로 제작진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노출되는 장면을 수시로 교체했다. / 이현승 기자

이제 갓 출범한 서비스인 만큼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김 상무는 지난 두달을 배민이 쇼핑라이브 시장에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소비자들에게 즐길 만한 서비스가 생겼다는 점을 이해시키는 기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은 라이브방송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 전후에도 그 상품이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소구시켜야 한다. 라이브방송이 끝났어도 이 제품이 괜찮고 살만한 제품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라이브커머스 시장이 어떤 속도로 얼마나 성장할 지 현 시점에서 추정하기 어렵다. 현재 라이브커머스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 가운데 투자자본수익률(ROI)이 플러스인 사례는 없다.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제품을 파는 것과 비교해 라이브커머스는 △스튜디오 임대 △출연자 섭외 △카메라와 편집 기구 구비 △추가 인력 투입 등의 요인으로 추가 비용이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김 상무는 “여러 단체들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라이브커머스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하고, 중국에선 실제로 시장이 성장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한국 시장의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 소셜커머스처럼 붐이 확 일었다가 잦아들 수도 있다”며 “다만 충분히 가능성을 갖고 시도해볼 만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쇼핑라이브를 통해 음식만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품목군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