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오픈마켓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외부 판매자를 자사의 플랫폼에 들여 품목을 늘리고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픽=이민경

◇식품·명품은 우리가...쓱의 반(半) 오픈마켓 전략

신세계(004170)그룹 통합 쇼핑몰 SSG닷컴(쓱닷컴)은 지난달 20일부터 오픈마켓을 시범 운영 중이다. 롯데쇼핑(023530) 통합 온라인 몰인 롯데온이 출범 초부터 다양한 품목의 외부 판매자(셀러)를 들인 것과 달리, SSG닷컴은 식품과 명품 등의 오픈마켓 입점을 제한했다. 패션·화장품 브랜드 일부와 기저귀, 생리대, 화장지 등 생필품도 들이지 않는다. 회사 측이 입점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한 브랜드만 200여개에 달한다.

홈페이지에 별도로 오픈마켓 탭을 노출하지 않고, 자사 상품을 위주로 상품을 배열한 것도 눈길을 끈다. 오픈마켓을 시작했다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이전과 달라진 게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업계는 자사 채널인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를 고려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백화점의 주력 상품인 명품과 패션·화장품, 대형마트의 주력상품인 식품의 입점을 제한해 자기잠식(Cannibalization·제살깎기)을 피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오픈마켓에서 종종 불거지는 가품 논란을 피하고, 품질 관리를 용이하기 위해 반(半) 오픈마켓 전략을 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짝퉁 명품을 팔거나 수요가 부족한 마스크에 웃돈을 얹어 파는 게 오픈마켓에선 흔한 일이지만, 이런 일이 SSG닷컴에서 발생하면 오프라인 점포는 물론 기업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

SSG마켓 관계자는 “명품과 신선식품 등은 품질 관리가 어려워 소상공인들이 취급하기 어려운 품목”이라며 “생활가전과 주방용품 등 우리가 취급하지 않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들여 고객의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오픈마켓을 시행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SSG닷컴은 시범운영을 거쳐 6월 중 오픈마켓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 수가 목표한 만큼 늘고 있다고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SSG닷컴의 강점은 오프라인에 있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라며 “오픈마켓 판매자들도 신세계에서 팔면 품질이 검증됐다는 평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판매 수수료 ‘0원’으로 맞선 롯데온

SSG닷컴이 오픈마켓에 뛰어들자 롯데온도 반격에 나섰다. 롯데온은 오는 7월 말까지 신규 입점하는 판매자에게 판매수수료 0%를 적용한다. 또 입점일로부터 3개월간 판매수수료를 면제하고, 할인쿠폰의 발급 비용과 광고 비용을 지원한다. 매월 말에는 우수 판매자를 선정해 최대 200만원의 셀러머니도 지급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행사 기간 월 3000개 이상의 판매자를 입점시킨다는 계획이다.

롯데온은 출범 초인 작년 4월부터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SSG닷컴과 달리 입점 품목이나 브랜드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출범 초 180만개였던 취급 상품 수는 현재 3500만개로 늘었다. 올해는 판매자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현재 2만5000개의 판매자 수를 4만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유통 대기업들이 오픈마켓에 뛰어드는 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2.5% 수준인 SSG닷컴의 경우 취급 품목수가 1000만개에 불과한 반면, 쿠팡(17%)과 이베이코리아(12%)는 상품수가 2억개가 넘는다.

특히 유통 대기업의 경우 자사 채널의 상품과 직매입 상품 위주로 판매하다 보니 사세 확대에 제한적이란 평이 있었다.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2500억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여성복 쇼핑몰 W컨셉을 인수한 것도 오픈마켓 역량을 늘리기 위해서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셀러 수보다 중요한 것이 우수 사업자라고 입을 모은다. 한 오픈마켓 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의 성패는 셀러에 달렸다”며 “무작정 상품수를 늘리기보다 고객을 몰고 다니는 사업자를 입점시켜야 방문자 수(트래픽)와 거래액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