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배달을 하는 30대 주용식씨는 이달 들어 ‘배정 제한’ 메시지를 두 번이나 받았다. 배정 제한이란 하루동안 쿠팡이츠로부터 배달이 배정되지 않는 조치다. 도심에서 떨어져 있는 동네 배달을 연달아 거절했더니 돌아온 일종의 패널티다. 지금은 괜찮지만 14일 이후에는 3번 이상 배달 제한 메시지를 받으면 쿠팡이츠와의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주씨는 다음주 부터는 배달의민족(배민) 배달에 집중할 생각이다.

배달 수요가 집중된 강남, 서초, 송파를 둘러싸고 쿠팡이츠와 배민 간 경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쿠팡이츠가 도입한 단건배달(치타배달)이 인기를 끌며 시장점유율이 상승하자 배민이 다음달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원’을 도입하기로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올해 초까지 두 회사가 배달 라이더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당근책만 활용했다면 이번에는 채찍을 함께 휘두르며 쿠팡이츠는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배민은 수비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정다운

1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이날 일부 배달 파트너를 대상으로 점심, 저녁 바쁜 시간에 1건 이상 배달하면 보너스를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점심 보너스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1만5000원으로 가장 높고 다른 지역은 1만~1만2000원이다. 저녁 역시 세개 지역 보너스가 1만원, 다른 지역은 5000~7000원이다. 쿠팡이츠는 강남·서초구의 경우 배달 기사를 긴급 채용한다는 공고도 냈다. 7일 간 130건 이상 배달하면 2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동시에 쿠팡이츠는 오는 14일부터 기사들의 배달 거절을 줄이기 위한 ‘3진 아웃제’를 도입한다. 기사들이 단건배달 밖에 할 수 없는 쿠팡이츠 특성상 수입 감소를 우려해 한번에 최대한 빨리 배달할 수 있는 지역에 대해서만 요청을 수락하면서 특정지역은 배달기사 섭외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배달 가능지역을 지역 구석구석까지 확대하고 소요시간을 줄여야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라이더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라이더 관리 강화는 배민이 서울 일부 지역에 ‘한번에 한건 배달’을 골자로 하는 배민원을 도입하기 직전에 이뤄졌다. 배달 앱 1위 사업자인 배민은 그동안 라이더가 한번에 여러 건을 묶음 배달하는 서비스(배민 라이더스)를 운영해왔으나 단건배달을 내건 쿠팡이츠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자 새로운 서비스로 맞대응에 나섰다. 다음달부터는 업계 유일 100% 단건배달 제공 사업자라는 쿠팡이츠만의 차별화 요인이 희석된다.

그동안 후발주자 쿠팡이츠의 추격을 묵묵히 지켜보는 듯 했던 배민이 달라진 건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다. 쿠팡은 쿠팡이츠의 모회사다. 그동안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한 쿠팡이 미국 상장으로 수조원의 투자 실탄을 확보하며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배민으로서는 위기감이 클 수 밖에 없다.

닐슨코리아가 서울·경기권의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3대 배달앱 순방문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월만 해도 쿠팡이츠는 2%에 불과했지만 올 2월 20%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배민 점유율은 59%에서 53%로, 2위 요기요 점유율은 39%에서 27%로 떨어졌다.

배민은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강동 지역부터 인공지능(AI) 추천 배차 시스템을 적용했다. AI 추천 배차는 인공지능이 배달원의 동선, 주문 음식의 특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라이더를 자동으로 배정하는 시스템이다.

AI 추천 배차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 일부 라이더들 사이에서 “그동안 배달 거절이 잦았던 지역에 대한 배차가 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민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라이더들에게 배차 수락률과 수락 후 배달 완료율을 공개하고 있다. 수락률, 배달 완료율이 낮은 기사들의 경우 쿠팡이츠처럼 당장 패널티를 부여하진 않지만 향후 배달 배정을 줄여 거절을 최소화 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 품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며 향후 라이더 보상에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민은 지난 4~5일에는 서울 강남·서초, 송파·강동 등 일부 지역에서 배민원의 전신 격인 번쩍배달을 하루 10~12건 하는 라이더들에게 1만2000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번쩍배달은 고객들에게 45분 내 배달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소요시간을 줄이기 위해 단건배달을 하는 기사들이 많다.

배달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과 음식점이 밀집한 강남3구에선 쿠팡 점유율이 이미 배민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