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가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 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가 2019년 인수한 미국 뉴시즌스마켓은 최근 오리건주 레이크 오스위고와 워싱턴주 밴쿠버 두 개의 신규 점포를 출점한다고 밝혔다.

유기농 등 자연 친화적인 식료품을 취급하는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뉴시즌스마켓은 내년 봄 포틀랜드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레이크 오스위고에 약 2582m²(약 781평) 규모의 매장을 연다. 이어 2023년 가을엔 밴쿠버에 약 232m²(약 702평) 규모의 매장을 개점할 예정이다.

그래픽=정다운

이마트(139480)가 미국에서 고급 식료품(그로서리)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미국 식료품 시장 규모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늘면서 전년 대비 10.8% 성장한 7570억 달러(한화 약 893조원)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이마트의 미국 법인 매출(1조6272억원)은 131.5% 급증했고, 영업이익(99억원)은 처음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마트는 이 기세를 몰아 향후 3년간 미국 사업에 1931억원을 투자해 기존 점포 환경을 개선하고 신규 매장을 출점할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18년 미국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한 데 이어, 이듬해 뉴시즌스마켓을 인수했다. 인수 비용은 총 4억7500만달러(약 5254억원)가 들었다.

굿푸드홀딩스는 브리스톨 팜스, 레이지 에이커스, 메트로폴리탄 마켓 등 프리미엄 식료품 유통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로, 작년 말 기준 미국에 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뉴시즌스마켓은 19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캘리포니아주에서 뉴리프커뮤니티마켓이라는 이름으로 5개 매장을 갖고 있다. 이마트가 100% 지분을 가진 미국 자회사 PK리테일홀딩스가 굿푸드홀딩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굿푸드홀딩스가 뉴시즌스마켓 지분 100% 가진 구조다.

뉴시즌스마켓 시더 힐스점 외관. /뉴시즌스마켓

유통업계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평소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봐야 한다”고 강조한 만큼, 이번 출점을 기점으로 이마트의 미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동남아시아보다 규제가 덜하고 무한 경쟁이 이뤄지는 미국 시장에 역점을 두고 현지 유통사를 인수해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마트가 과거 중국과 베트남 등에 직접 진출했다가 현지 당국의 규제 등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은 후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유통 선진국인 미국에 진출해 현지 사업 방식을 배우려는 의도도 숨어있다. 이마트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월마트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사상 처음 연 매출 20조원(연결기준)을 돌파했다.

지난 1월 정 부회장이 코로나19 발생 후 1년 만에 미국 출장길에 올라 현지 사업을 점검한 것을 두고, 이마트의 자체 슈퍼마켓인 PK마켓의 출점이 가시화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PK마켓은 2018년 로스앤젤레스(LA)에 복합상업시설을 임차해 2019년 첫 매장을 열 예정이었으나, 현지 사정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PK마켓은 고급 그로서란트(식료품+레스토랑) 매장으로, 아시안 퀴진(cuisine·요리)과 식료품점을 결합한 모델로 현지 소비자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하남 스타필드에 매장이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현지 경영진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PK마켓은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는 시기에 맞춰 콘셉트를 재정비해 출점할 계획이다. 이르면 연내에 첫 매장을 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