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초보를 위한 자동차 정비 수업, 유명 요리사에게 요리를 배우고 즐기는 코스 요리, 한강에서 요트를 타면서 배우는 그림, 미국 드로잉 아티스트의 전시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은 백화점의 문화센터 활용법이 달라지고 있다. 사교모임 대신 취미활동을 갖는 2030세대 소비자의 발걸음을 유도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체험형 강좌를 다양하게 고안하고 있다. 오프라인 백화점을 한 번이라도 더 찾도록 유인하기 위해서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백화점은 최근 들어 백화점 문화센터와 아트홀 등을 활용해 취미 활동과 문화 생활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소비자의 생활양식을 아우르는 유통 채널로 변신하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장 줄리앙의 작품들
갤러리아백화점 압구정점 명품관에서 진행하는 마이클 스코긴스 기획전을 관람하는 모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진행되는 '더 아트 러브' 기획전에 전시된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과 관람객들

백화점 문화센터의 강좌 목록에서 이 같은 변화가 두드러진다. 주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백화점 문화센터에 1인가구와 젊은 직장인을 겨냥한 재테크와 골프·볼링 같은 운동, 악기나 예술 강의 같은 교양 수업이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1인가구를 겨냥해 의식주와 관련된 강좌들을 개설하고 있다. 오는 6월 시작되는 여름 학기에는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하거나 와이퍼·에어콘 필터를 교체하는 법 등 간단한 자동차 정비법을 알려주는 강좌를 개설한다.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이나 혼밥(혼자 먹는 밥) 관련 수업들이 MZ세대(198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이후 태어난 Z세대) 수강생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홈술 플래터 감성 안주메뉴’와 ‘홈술 다이닝 국내 맛집 레시피’, 1인가구 직장인을 위한 ‘워라밸 근사한 혼밥 레시피’ 등은 강남점 신세계아카데미의 인기 강좌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주식, 재테크 공부를 원하는 젊은층, 1인가구 소비자 등을 겨냥해 첼로, 바이올린 등 악기 수업도 1대 1 수업으로 개설하고, 초보 운전자를 위한 자동차 정비 수업 등 이색 수업을 추가했다”면서 “강남점, 타임스퀘어점, 본점처럼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젊은층 수강생 비중이 높은데, 문화센터를 통해 백화점을 자주 찾으면서 (우리 백화점에)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문화센터에 야외 활동과 이색 체험 수업을 대거 추가했다. 한강에서 요트를 타면서 그림을 배우는 수업이나 필라테스 수업을 받은 다음 건강 도시락 요리법을 배우는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번 여름 학기에는 롯데골프단 소속 프로 골퍼가 진행하는 원포인트 골프 강좌도 진행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에서 관심사가 다양해진 MZ세대의 수요에 맞춰 여러 분야를 접목한 복합 강좌나 야외 활동 수업을 대폭 늘렸다”면서 “투잡을 원하는 직장인을 겨냥한 스마트스토어 강좌, 부동산이나 주식 등 재테크 강좌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MZ세대 맞춤식 문화센터를 조성했다. 더현대서울의 문화센터인 CH1985는 다른 지점보다 수강료가 30~50% 비싼 대신, 소규모로 진행되는 프리미엄 강좌를 개설한다. 유명 요리사를 초청해 요리를 배우고 코스 요리까지 맛보는 오마카세(요리사에게 메뉴 선택을 맡긴 코스 요리) 수업, 한남동 유명 찻집의 음료를 배우는 수업, 청담동 유명 체형교정 전문가의 운동 수업 등이다.

더현대서울의 문화센터 CH1985 입구

압구정본점 등 문화센터에는 수강생이 직접 5명 안팎 인원을 모은 다음 원하는 주제와 강좌 형태, 시간 등을 지정할 수 있는 맞춤형 강좌를 운영한다. 수강생의 수요에 맞게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사를 섭외하고 강의실을 마련해주는 방식이다.

백화점 공간을 전시장이나 미술상처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예술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백화점으로 모을 수 있고, 갤러리 등과 협업한 아트마켓(예술품시장)을 열면 판매수익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마이클 스코긴스 기획전’을 오는 5월 13일까지 압구정점 명품관에서 진행한다. 도심을 산책하듯 예술을 체험하는 강남구청의 문화사업인 ‘강남아트워킹’의 일환으로, 미술상인 지갤러리와 협업해 전시된 작품을 판매한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예술품 전시는 작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직접 찾아오기 때문에 집객 효과가 있고, 실제로 작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