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상장을 공언한 마켓컬리가 충청권으로 새벽배송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유통업계에선 "외형 확장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기대 섞인 시각과 "회사의 아킬레스건인 수익성이 악화될 게 분명한 악수(惡手)를 뒀다"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5년 간 마켓컬리의 매출이 30배 성장하는 동안 영업손실도 20배 늘었다. / 그래픽=박길우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지난 27일 CJ대한통운(000120)과 '샛별배송(새벽배송 서비스) 전국 확대 물류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재 수도권 거주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다음 달부터 △대전 서구, 유성구 △세종시 △천안시 △아산시 △청주시로 확대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자체 배송 역량을 회사의 강점으로 내세웠던 마켓컬리가 외부 택배업체와 손 잡은 건 대규모 물류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선택한 차선책이다. 빠른 배송이 생명인 신선식품은 물류센터와 소비자가 최대한 가까이 있어야 한다. 마켓컬리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 물류센터가 없어 배송 지역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MOU로 CJ대한통운의 충청 물류거점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마켓컬리가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부산(337만명), 대구(242만명) 아닌 충청권(대전·세종 180만명)을 선택한 것에 대해 유통업계에선 "비(非)수도권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실험공간)를 영리하게 골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청권은 마켓컬리가 올해 문 연 김포 물류센터에서 차로 최대 2시간 내에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유일한 비(非)수도권 지역이다. 특히 세종시는 정부 부처가 이전하기 시작한 2013년부터 마켓컬리가 주력 고객으로 삼는 고소득 맞벌이 가구 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세종시는 2019년 기준 가구당 연평균 소득(7425만원), 맞벌이 가구 비중(50.2%)이 전국 1위다.

그럼에도 새벽배송은 쿠팡만 하고 있다. 마켓컬리와 더불어 신선식품·새벽배송 양강으로 불리는 SSG닷컴도 비(非)수도권에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SSG닷컴의 한 관계자는 "새벽배송 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은 낮 시간에도 충분히 배송할 수 있다"며 "쓱닷컴은 물류센터와 전국 160여개 이마트 점포를 활용해 이미 전국구 당일 배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가 새벽배송을 하는 첫 업체가 된다는 것은 기회이면서 동시에 위기 요인이다. 경쟁자가 없다는 건 그동안 새벽배송 수요가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를 감수하고 진출할 정도로 시장이 충분하게 성장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프레쉬리더'라는 신생업체가 충청권 만을 대상으로 새벽배송을 시작했지만 현재는 당일배송만 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이달 초부터 첫 구매고객에게 특정제품을 100원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는 이달 초부터 첫 구매고객에게 특정제품을 100원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는 이달 초부터 첫 구매고객에게 특정제품을 100원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마켓컬리 제공
마켓컬리는 이달 초부터 첫 구매고객에게 특정제품을 100원에 판매하고 무료 배송 혜택을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마켓컬리 제공

투자은행 업계는 마켓컬리가 미국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외형 성장이 필요했고 수도권에선 더 이상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국내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쿠팡 상장을 계기로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 이커머스 기업이 주목받은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비교 대상이 생겼다는 점에서 마냥 우호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비(非)수도권 새벽배송을 계기로 마켓컬리의 아킬레스건인 수익성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고객이 주문한 물품을 컬리 수도권 물류센터에서 포장한 뒤 CJ대한통운 충청권 물류거점으로 보내 배송하는 시스템이어서 수도권에 비해 배송 단계가 추가 된다. 소요시간이 늘어 건당 배송 단가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쿠팡의 경우 주문부터 배송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한번에 처리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건당 배송 단가를 낮추고 있다. 외주 비율이 높으면 물동량 증가가 배송 단가 하락으로 즉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작년 9530억원의 매출을 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지만 영업적자도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이 넘었다. 매출원가율(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은 2016년부터 70%대 중후반에서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부터 최저가 판매 품목을 확대하고 첫 구매고객에게 특정상품을 100원에 팔고 무료배송하는 등 고비용 마케팅을 늘린 것도 수익성에 마이너스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