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일 세중그룹 회장 겸 우리옛돌문화재단 이사장이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3세.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 /조선DB

18일 재계에 따르면 1943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남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4년 국내 최초의 석탄화학 기업인 제철화학을 세웠고, 1982년 창업한 세중을 여행·정보기술(IT)·컨설팅 중심의 그룹으로 성장시킨 재계 인사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에 함께 참여한 '6·3동지회' 회원으로, 오랜 기간 각별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 포항공대(포스텍)에서 고인이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을 당시에도 이 전 대통령이 현장을 찾아 축사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천신일 회장은 평소 모범이 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며 평생을 살아왔다"면서 "기업은 돈을 버는 게 목적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떻게 쓰느냐도 중요한데 이런 점에서 천 회장은 본보기가 됐다"고 말했다.

고인은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 이병철 회장의 개인적 일까지 챙기며 신뢰를 쌓았고, 세중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삼성의 지원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권유로 대한레슬링협회 회장과 대한올림픽위원회 감사·상임위원 등을 맡기도 했다.

이명박(왼쪽) 전 대통령이 2024년 포스텍(포항공대)에서 열린 천신일(가운데) 세중 회장의 명예공학박사 학위수여식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다. /뉴스1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과의 인연도 깊었다. 고인은 1974년 제철화학을 설립할 당시 제철장학회(현 포스코청암재단)에 회사 지분 일부를 기부했고, 이를 계기로 1985년 포스텍 설립 때 학교 부지 6만3000여평을 내놓기도 했다.

고인은 전통 석조 유물과 문화재 수집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평생 모은 전통 석물 2000여 점을 바탕으로 2000년 경기 용인에 세중옛돌박물관을 개관했다. 2015년에는 이를 서울 성북동으로 이전해 우리옛돌박물관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해외로 반출된 석조 문화재를 되찾는 데에도 힘을 기울였으며,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일본 유출 문화재 환수 유공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전경자(77)씨와 딸 천미전(53·우리옛돌박물관장), 장남 천세전(52·세중 사장), 차남 천호전(47·세중 부사장)씨 등 2남 1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7시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