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업계가 바이오 산업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기술력 있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거나 바이오 기업을 직접 설립하는 경우도 있다. 유통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12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올해 5837억달러(698조원)에서 2027년 9113억달러(1090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코로나로 맞춤형 의료, 감염병, 백신 관련 분야가 올해 특히 성장했다고 한다.
신세계그룹 벤처캐피탈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는 올해 휴이노와 스페클립스 등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투자했다. 휴이노는 심전도 웨어러블(착용 가능한) 기기와 인공지능 기술로 부정맥과 심장 질환을 진단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스페클립스는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석박사 출신들이 모여 암 진단 기기 개발을 시작한 곳으로 인공지능으로 의료 진단을 하고 있다. 스페클립스의 피부암 진단 기기 스펙트라 스코프는 지난해 호주, 유럽, 브라질 등 해외 의료기기 인증을 획득하고 세계 20개국에서 판매망을 구축하고 있다.
시그나이트파트너스 측은 "투자 분야를 유통에만 한정하지 않고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유망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겠다"고 했다.
오리온홀딩스는 올해 바이오 기업에만 10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암 조기 진단 기업 지노믹트리와 대장암 진단 키트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50억원을 투자했고, 백신 전문 기업 큐라티스에 5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오리온홀딩스는 큐라티스의 청소년·성인용 결핵 백신 기술을 도입하고 중국에서 임상 및 인허가를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의 우수한 바이오 기업을 발굴해 중국 시장에서 'K-바이오'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종합 식품·헬스케어 기업을 목표로 바이오 산업에 진출했다"며 "해외에서 강한 오리온 브랜드 파워를 활용해 중국을 오가며 바이오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대상(001680)은 지난 7월 25억원을 들여 의료 소재 사업을 하는 대상셀진을 설립했다. 대상홀딩스가 지분을 100% 갖고 있으며 생명 공학을 이용한 화장품·의약품, 바이오 시밀러(복제약) 연구 개발 및 제조 등을 사업 정관에 추가했다. 대상셀진의 정유철 대표는 대상에서 건강기능식품을 연구하고 클로렐라 추출물 관련 발명 특허를 등록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대상 관계자는 "클로렐라를 이용한 의료 소재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아직 사업 전략 수립 단계"라고 했다.
대상은 지난 2018년 중국 라이신 업체 청푸그룹에 100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8월 청푸그룹에 265억원을 출자해 지분 32.87%를 취득했다. 라이신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연골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어 동물 사료 등에 사용된다. 체내 합성이 어려워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대상은 중국 내 아미노산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CJ제일제당(097950)은 지난 7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보유한 천랩을 983억원에 인수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 조절로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CJ제일제당 내부에선 "마이크로바이옴에 기반한 차세대 신약 개발이 최종 목표"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건강에 신경쓰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를 꼽는 기업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