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0만 관객을 동원해 우리나라 영화 역대 관객 순위 8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베테랑(2015)의 후속작 ‘베테랑2′가 9년 만에 개봉한다. 추석 대목을 바로 앞둔 13일 개봉하는 유일한 대작이다.

배우 황정민, 정해인이 주연으로 나서는 데다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부조리를 냉철하게 파헤친 전작에 대한 호평이 많았던 만큼 후속작이 이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정해인이 조태오(유아인)를 잇는 빌런(악당)이 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 얼굴이 빌런을? 사진은 지난 5월 제77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극 중 박선우 형사역을 맡은 배우 정해인. /뉴스1

약 10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는 베테랑2는 개인이 사회 부조리를 사적 제재하고, 대중이 이에 열광하는 것을 소재로 한다. 법이 범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다는 여론·현실을 고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드라마 ‘비질란테(2023, 디즈니+)’나 ‘살인자o난감(2024, 넷플릭스)’에서도 본 듯한 접근이다.

다만 베테랑2는 유튜브 댓글과 라이브(생중계) 등을 통해 사적 제재에 대한 대중의 동조가 폭발하는 과정을 극대화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이는 기존 유사 소재의 드라마가 8부작으로 풀어냈던 것과 달리 118분(러닝타임) 만에 위기, 절정은 물론, 결말까지 모두 담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주지 못하는 영화의 묘미다.

재벌 3세 조태오에 이은 막강한 빌런과 맞서는 정의의 형사 서도철역(황정민). /CJ ENM 제공

정의감 넘치는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는 의외로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주도하며 몰입감을 준다. 그저 착하고 바르기만 할 것 같은 얼굴 느낌과 상반되는 범죄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벌이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이는 죽여 마땅한 범죄자를 똑같이 단죄하는 것이 옳은지, 믿고 싶은 대로 악인을 만들고 범죄를 사주까지 하는 대중이 정당한지에 대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9일 영화 시사회 후 기자들과 만난 류승완 감독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이 영화에선 빌런이 중요하다기보단 빌런이 하는 행위와 그 행위가 주는 여파가 더 중요하다”면서 “사건의 이면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제공되는 정보의 소스만을 보고 순간적으로 분노해 내 안에서 쉽게 판단을 내리고, 그러다 다른 이슈가 생기면 그 이슈로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이 내린 판단에 대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 그런 사회가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극의 절정이라 할 만한 마지막 액션 장면은 폭력의 잔혹함보다도 ‘정의냐, 타협이냐’를 둔 인간 내면의 갈등을 한계치까지 몰아붙인다는 점에서 잔인하다. 가족도 못 챙기고 범죄와 싸우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이 시험대의 상황에서 여전히 정의로운 선택을 할 수 있을지, 전작에서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빌런을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