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반얀트리 페스타바이민구에서 강민구 셰프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운호 조선일보 기자

한국 최고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모두가 다른 답을 내놓을 수 있다. 각자 각기 다른 기준으로 최고의 레스토랑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민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레스토랑’이 있다. 바로 미슐랭 2스타의 ‘밍글스(Mingles)’다.

강민구 셰프가 이끌고 있는 밍글스는 한식 파인 다이닝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14년에 개업해 국내 첫 미슐랭(Michelin) 가이드가 도입되자마자 1스타 레스토랑으로 선정됐다. 이후 2018년에는 2스타로 격상돼 현재까지 계속 이 명맥을 유지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세계 50대 레스토랑’(World’s 50 Best Restaurants, W50B)에 국내 최초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밍글스는 ‘섞이다’는 의미의 단어 ‘밍글(Mingle)’에서 착안했다. 전통 한식과 모던 한식, 스페인, 프렌치 등 서로 다른 것들을 한 군데 조화롭게 ‘섞어’ 내놓는다는 의미다. 강 셰프가 생각하는 한식을 관통하는 철학도 이와 비슷하다. 대표 음식 중 하나인 비빔밥을 봐도 그렇다. 짜거나 신 여러 반찬이 한데 어우러지며 하나의 조화로운 맛을 만드는 것은 한식만이 자랑하는 아름다움이다.

강 셰프가 중요시 하는 또 다른 부분은 바로 ‘독창성’이다. 근원을 존중하되,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믿음에서다. 따라서 그도 한식을 대할 때 그 기본이 되는 요소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뿌리가 단단한 나무일수록 그 가지도 곧게 뻗기 때문이다.

현재 그가 빠져있는 것은 한국의 ‘장’이다. 장이야말로 한국만의 독창적인 음식 문화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식 고유의 맛을 얘기할 때 장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기존 한식의 비빔밥에서 착안해 새롭게 해석한 밍글스의 나물 비빔밥. /밍글스

사실 장과 비슷한 발효 음식은 아시아뿐 아니라 북유럽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장은 특별하다. 발효 기간은 물론이고 만든 사람마다 맛이 가지각색이다. 같은 사람이어도 어디 지역의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또 다르다. 종류도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다양하다. 이어 여러 장이 한곳에 합쳐지면 또 다른 맛이 난다. 밍글스가 추구하고 있는 가치인 ‘조화’와도 맞는 부분이다.

강민구 셰프가 꼽는 한식의 매력은 건강함 속에 나오는 중독성이다. 한식은 주로 채식 위주이기에 먹어도 위에 큰 부담이 없다. 그렇다고 야채만 사용하지 않는다. 자극적인 간장, 고추장 등이 야채의 담백함과 섞여 계속 구미를 당기게 한다.

현재 강민구 셰프의 목표도 한식을 널리 알리는 데 있다. 한식의 매력을 한국 사람들만 알기엔 너무 아깝다는 의미에서다. 따라서 그는 한식의 매력을 해외에 알리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올해 ‘장(Jang)’이라는 책을 쓴 것도 그러한 이유다. 강 셰프는 한식의 세계화 속에서 밍글스라는 이름이 함께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밍글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달라.

“밍글스는 전통 한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곳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밍글스에서는 한식을 기본으로 하되 창작을 겸미한 음식을 선보인다. 또한 한식의 근원을 존중하되 오늘날의 기술과 감성을 곁들여 밍글스만의 한식을 선보이고 있다.”

―밍글스의 시그니처 메뉴가 있다면 무엇인가.

“밍글스 팟이라는 메뉴가 있다. 한국의 다양한 식문화가 한곳에 어우러진 음식이다. 국물은 물론, 만두, 쌈, 건재료 등을 느낄 수 있다. 서로 다른 것들을 조화롭게 어우른다는 점에서 밍글스의 철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메뉴다.”

콩으로 만든 스프를 곁든 배추 만두. /밍글스

―한식을 구성하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식 요리를 새로운 형태로 개발하더라도 그 기본을 짚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새로운 음식이라도 그 근간이 되는 본연의 맛을 전달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식에서는 그 맛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장이다. 살펴보면 한식의 거의 모든 요리에 장이 쓰이고 있지 않은가. 밍글스를 처음 열었을 때도 장의 사용법을 많이 연구했다. 쉽게 말하면 한국 음식의 특징과 근간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장이다.”

―밍글스는 어떤 장을 사용하는가.

“국내 유명한 장인 분들의 장을 받아서 쓰고 있다. 또한 하나의 장만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각 요리마다 어울리는 장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은 독특하다. 같은 고추장이라도 만든 지역이나 숙성 기간이 달라지면 맛이 다르다. 따라서 최고의 장을 찾기 위해 직접 만드는 과정, 장 보관 방법 등을 공부하고 있다.”

랍스터와 캐비어를 사용한 밍글스의 메인 메뉴 중 하나. /밍글스

―'장’이라는 책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한식을 소개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책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어떤 요리도 그 근간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한식에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 채식 문화, 사찰음식, 장, 김치 등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 그중 장 부분이 내겐 가장 흥미로웠다. 앞서 말했 듯 장은 무궁무진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책은 영어로 쓰인 만큼 장에 대한 기본 이론, 소개, 활용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밍글스 외에 운영하고 있는 다른 레스토랑이 있는가.

“현재 세 곳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에 있다. 밍글스, 페스타바이민구, 그리고 한식구가 바로 그곳들이다. 밍글스는 한식을 새롭게 해석하는 레스토랑이라면, 페스타바이민구는 유럽의 느낌을 더욱 살리려 했다. 다만 두 레스토랑 모두 제철의 좋은 식재료를 이용해 맛을 최대한 살리려고 하고 있다. 페스타바이민구는 반얀트리 호텔의 도움을 받아 열었다. 또한 홍콩에는 한식구라고 부르는 레스토랑을 4년 전에 열었다. 해외에서 열었기 때문에 보다 한식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에겐 전통 한식은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겐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종류의 된장을 활용해 만든 밍글스의 디저트. /밍글스

―한식의 매력은 무엇인가. 또 한식이 갖고 있는 세계적인 위치는 어디쯤인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문화 자체가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이 한국 식문화가 유행을 넘어 외국인들 일상에 스며들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럴만한 매력도 충분하다. 특히 그 차별점은 ‘건강’에서 나온다. 다른 식문화와 비교할 때 한식은 보다 건강하다. 또 먹어보면 중독적이기도 하다. 한식의 위상도 점차 올라가고 있다. 이전에는 중식, 일식에 밀려 김치, 비빔밥과 같은 몇몇 음식들만 알려졌으나 이젠 다르다. 한류와 맞물려 불고기 외 다양한 음식도 이제 많이 알려지고 있다.”

―밍글스는 서울을 대표하는 레스토랑 중 하나인데 소감이 궁금하다.

“감사하다. 그렇지만 일종의 사명감도 생겼다. 이곳에 오는 모든 분들에게 한식 문화를 느끼게 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업종 특성상 평가를 늘 받고 있기에 부담스러운 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태해지지 않으려 한다. 고객들은 정확하다. 조금만 허술해져도 엄격한 평가가 나온다. 밍글스를 찾아주는 고객들을 늘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세계 50대 레스토랑에 선정됐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처음 음식을 시작했을 때, 이 리스트에 선정된 레스토랑들을 보며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20년 후, 내 업장이 올라가게 돼 너무 기뻤다. 올해 밍글스가 10주년을 맞은 만큼, 한식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도록 더 노력하겠다. 이외에도 우리의 식문화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힘쓸 계획이다.”

☞강민구 밍글스 오너 셰프는

▲밍글스 現 오너 셰프 ▲페스타바이민구 現 총괄셰프 ▲한식구 現 오너 셰프 ▲ 에스엠크라제(SM KRAZE) 前 총괄 주방장 ▲노부 前 총괄 주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