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현철(본명 강상수)은 입에 잘 붙는 가사와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로 반세기 넘게 대중의 애환을 달랜 서민의 가수로 평가받는다. 1960년대에 데뷔한 뒤 1980년대 히트곡을 연이어 배출하기까지 약 20년간 오랜 무명 생활을 거친 ‘늦깎이 스타’로도 유명하다.

그는 ‘사랑은 나비인가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봉선화 연정’, ‘싫다 싫어’ 등 다수의 히트곡을 불러 한국 트로트를 대표하는 가수로 손꼽혔다.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더불어 ‘트로트 4대천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가수 현철. / 뉴스1

고인은 지난 1942년 부산 월포마을에서 태어났다. 이후 1961년 동아대학교 경영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자퇴한 후, 1969년 ‘무정한 그대’를 발표하면서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오랜 무명 생활이 있었지만 1982년 발표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면서 이름을 알렸고, 1983년부터 본격적인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사랑은 나비인가봐’ ‘청춘을 돌려다오’가 잇달아 인기를 얻으며 확실한 대중가수로 자리매김한 현철은 1988년 발표한 ‘봉선화 연정’이 히트하며 국민가수 대열에 올랐다.

현철은 1980년 후반부터 송대관, 태진아, 설운도와 함께 트로트 4대 천황으로 불리면서 활동을 이어나갔고, ‘봉선화 연정’ ‘나는 울었네’ ‘사랑의 이름표’ ‘아미새’ 등의 히트곡들을 발표했다. 고인은 대중가요에 대한 기여를 높이 평가 받으며 지난 2006년 옥관 문화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그렇게 201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활동하던 현철은 2018년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 이후 방송활동이 뜸해지면서 건강 악화에 대한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이후 현철이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인해 건강이 악화 오랜 기간 투병을 이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고인은 지난해 말 ‘현철 가요제’ 출연진들에게 “자식 같은 후배들이 ‘현철 가요제’에서 한바탕 놀아준다니 가슴이 벅차다,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고 서운한 마음”이라는 손 편지를 전하기도 했다.

가수 현철. / 뉴스1

박성서 평론가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철이 우리 가요계에 크게 기여한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 가수들의 수명을 늘렸다는 점”이라며 “그전까지는 60세 가까운 나이에 전성기를 누릴 기회가 많지 않았던 풍토가 있었는데 현철처럼 그 나이에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며 가요계를 장악했다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말했다.

가수 현숙은 “현철과는 생전에 친오빠처럼 지냈다”며 “우리 엄마도 현철이 TV에 나오면 TV에 들어가려는 듯이 가까이 앉아서 챙겨볼 정도였다”고 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