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밤낚시'. /스태넘

“약 13분에 영화 스토리를 모두 담기는 어려웠다.”

지난 14일 개봉한 배우 손석구의 단편영화 ‘밤낚시’는 스토리 측면에서 아쉬움이 컸다.

‘밤낚시’의 러닝타임은 12분 59초.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그 기대감을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밤낚시’는 의문의 요원 손석구가 배터리가 달린 낚시찌로 외계 생명체를 잡는 과정에서 사투를 벌이는 내용이다.

그러나 왜 이런 사투를 벌이는지, 어떤 상황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대사도 거의 없다. 기자가 개봉 전 11일 열린 ‘밤낚시’ 시사회에서 배우 손석구, 문병곤 감독의 영화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스토리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 감독은 영화 스토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주인공 손석구가 잡는 건 외계 생명체다. 전기를 먹고 사는 외계 생명체를 낚시해 살려주는 게 주인공의 역할이었다.”

문 감독은 이런 스토리를 그린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과거 유튜브 등에서 물개를 구조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며 “바다에서 놀던 물개가 인간의 그물에 걸렸고 인간이 다시 그 물개를 구해주는 것이었다. 이런 장면을 담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문 감독은 관객의 호기심, 상상력을 강조했다. 그는 “관객에게 영화가 호기심으로 다가갔으면 한다”며 “우리가 어떤 것을 목표로 만들었을까. 끝났을 때 느낌표, 물음표가 남았으면 한다”고 했다.

영화에 등장한 외계 생명체 그리고 외계 생명체를 구조하는 요원 모두 관객이 상상력을 동원해 각자의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한다는 설명이다.

배우 손석구(오른쪽)와 문병곤 감독이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밤낚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스토리는 영화 제작사가 어디인지 알면 이해가 빨라진다. 현대자동차다. 외계 생명체가 왜 하필 전기를 먹고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왜 전기 충전소를 찾았는지를 바로 알 수 있다. 영화는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을 홍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시작됐다.

현대차는 빠르게 변화하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에 맞춰 고객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기존 광고와는 다르게 영화를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하고자 했다. 물론 대놓고 자동차를 홍보하는 건 아니었다. 영화인, 아티스트의 창의성이 들어간 콘텐츠를 통해서다.

이런 현대차의 홍보 목적과 손석구 그리고 문병곤 감독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현대차가 영화를 제작한 것은 이번 ‘밤낚시’가 처음이다.

‘밤낚시’는 스토리는 아쉬웠지만, 자동차의 시선으로 영상을 담아낸 부분은 ‘도전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는 차 내부, 전·후방, 좌우 측방 등에 있는 7개 카메라를 통해 사건을 바라본다. 자동차 카메라의 시선으로 영화를 촬영해 개봉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밤낚시’가 ‘스낵 무비’라는 단편영화 분야 새로운 개념을 만들며 관람료 1000원으로 극장가에 도전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스낵 무비는 ‘밤낚시’ 제작진이 처음 사용한 단어다. 최근 대세로 떠오르는 숏폼 영상처럼 짧지만, 창의적이고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들어간 영화를 뜻한다. 기존 단편영화는 주로 30~40분짜리가 많았다.

손석구는 “스낵 무비가 침체기에 들어선 극장에 새로운 활성화 요인이 되길 바란다”며 “이번 ‘밤낚시’를 시작으로 새로운 영감을 받은 영화인, 아티스트들이 더 많은 단편영화를 제작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기 배우 손석구 출연, 티켓값 1000원 전략은 현재까지 시장에서 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밤낚시’는 개봉 첫 날인 14일 CGV 강남, 대학로, 상봉, 여의도, 영등포, 왕십리,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심야 시간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