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클로드 모네(1840~1926)의 '수련', 겸재 정선(1676~1759)의 '인왕제색도' 등 걸작들이 국내 관람객들을 찾는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달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공립미술관 5개처가 참여하는 전시다. 이 전 회장이 남긴 기증품의 수증 기관 전체가 협력하는 전시로, 7개 기관 기증품 295건 355점을 전시한다.

전시품은 선사시대부터 21세기까지의 금속, 도·토기, 전적, 목가구, 조각, 서화, 유화 작품 등으로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정선의 인왕제색도 등 249건 308점을, 국립현대미술관은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등 34건 35점을 출품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대구미술관은 이인성(1912~1950)의 '노란 옷을 입은 여인상'을, 박수근미술관은 박수근(1914~1965)의 '한일', 이중섭미술관은 이중섭(1916~1956)의 '현해탄'을 출품한다. 전남도립미술관은 천경자(1924~2015)의 '만선'을 선보인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된 작품 중 국가 지정 문화재는 국립중앙박물관 출품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 6건 13점과 '삼현수간첩(三賢手簡帖)' 등 보물 15건 20점이다.

특별전은 수집과 기증의 의미를 되새기고 이 전 회장 기증품의 다양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기획됐다. 문화유산과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전시품을 선별하고, 서로를 연결해 한국 문화의 정체성이 드러나도록 했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장은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와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로 구성됐다. 제1부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는 컬렉터의 집을 은유하는 공간으로 꾸며 이 전 회장의 안목과 취향을 보여주는 수집품을 선보인다.

1부 전시에는 '가족과 사랑'을 주제로 한 근현대 회화와 조각품이 포함된다. 특히 대중에 처음 공개되는 정약용의 '정효자전(鄭孝子傳)'과 '정부인전(鄭婦人傳)'은 전남 강진 출신 정여주의 부탁을 받아 요절한 아들과 홀로 남은 며느리의 사연을 글로 쓴 서예 작품이다.

고미술과 현대미술을 관통하는 한국적 정서를 엿볼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중간에 작은 정원을 연출해 '동자석'을 전시하고, 마지막에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모네가 만년에 그린 '수련이 있는 연못'을 국내 최초로 전시한다.

제2부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는 수집품에 담긴 인류의 이야기를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살펴보는 공간이다.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섹션은 조선시대 산수화와 현대 회화를 함께 전시해 자연이 영감의 원천이었음을 보여준다.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에서는 인간이 흙과 금속을 활용하여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금속공예품을 전시한다. 세 번째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에서는 종교적 깨달음과 지식이 담긴 불교 미술과 전적류를 전시한다.

걸작으로 평가 받는 고려 불화들도 전시된다. 개막 이후 첫 2개월 간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를, 다음 2개월 간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를 선보인다. 11세기에 제작된 국보 '초조본 현양성교론(初雕本顯揚聖敎論)'과 금속 활자로 인쇄한 초간본 '석보상절(釋譜詳節) 권20′ 등도 전시된다.

네 번째 '인간을 탐색하는 경험' 섹션에서는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 된 개인의 주체적 각성을 예술품으로 살펴보고,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함께 경계를 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공유한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이 전 회장의 문화 사랑과 수집 철학을 어록과 영상으로 전달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은 '전통 문화의 우수성만 되뇐다고 해서 우리 문화의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며, 보통 사람들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느낄 수 있을 때 문화적인 경쟁력이 생긴다'라는 말을 남겼다"며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유산과 미술품을 향유해 일상을 풍요롭게 가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