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술시장이 전례를 찾기 힘든 호황을 맞고 있음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전시장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화랑협회가 14일 주최한 ‘시각예술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이임수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는 “미술시장은 독과점 시장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의 업체에 의해 장악된 상태”라며 “시장의 양극화는 소수 인기 작가에 대한 편중을 낳아 투기적 성격을 야기하고 새로운 소비자 및 구매자층이 형성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평론가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예술경영지원센터가 후원한 행사다. 국내 미술시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첫번째 패널로 나선 이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으로 국내 상위 10개 화랑의 판매액 점유율은 78.6%에 달했다. 경매 시장에서도 상위 2개 옥션이 83.9%의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아트페어에서도 상위 5개 갤러리의 판매액이 전체의 79.6%를 차지했다. 반면 국내 갤러리 중 하위 75%는 연간 매출액이 1억원도 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매자 층을 확대하기 위한 세제 혜택 및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개인의 문화비 소득공제에 미술품 구입비를 포함하고 소득공제 한도를 연간 100만원에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법인이 미술품을 구매할 경우 손금산입 한도를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려, 고가 작품의 거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서는 미술 작품의 기증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미술품 기증에 대한 논의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소장품 기증 이후 급물살을 탔다. 미술품 물납제(미술품으로 상속세나 재산세 등을 납부하는 제도)가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2023년부터 부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2000만원 이상의 상속세를 미술품으로 대신 납부할 수 있게 된다.

박우찬 미술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미술 작품 가치의 공정한 평가에 대한 세무당국의 의구심 때문에 미술품 물납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다”며 “제도가 순조롭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작품의 가격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또 “미술품이 법정기부금으로 처리되면 소득의 100%가 공제되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미술품 기증은 지정기부금으로 처리돼 소득의 30%만 공제 가능하다”며 “이 같은 보상 제도의 현실화와 기증자에 대한 예우가 있어야 미술품 기증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부터 미술 시장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NFT(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에 대해서도 논의됐다.

김유나 법무법인 아트로 대표변호사는 먼저 NFT와 실물 작품 소유자의 권리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NFT를 통해 미술품이 거래되면, NFT 구매자는 작품의 저작권이 아닌 소유권만 갖게 된다”며 “이로 인해 실물 작품의 창작자, 창작자로부터 저작권을 양수한 사람, 실물 작품을 구매한 소장자, 작품을 NFT로 구매한 사람의 이용 권한이 상충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해당사자들의 이용 권한을 명확히 설정하는 한편 실물 작품과 NFT의 유통 정보를 연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김 변호사는 NFT 플랫폼이 해킹과 사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적합한 보안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하게끔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