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역할을 좁게 정의할수록 나는 그것만 잘하는 사람이 된다."
토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총괄한 저자가 18년의 일을 돌아보며 쓴 에세이. 그는 책에서 두 가지를 묻는다.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커리어는 어떻게 자라는가.
그의 첫 직장은 한국HP 홍보팀의 파견 계약직 보조 자리였다. 글로벌 CEO가 바뀌면서 그 자리는 몇 달 만에 없어졌다. 이후 사장과 사원 둘뿐인 신생 PR 회사에서 4년, 에델만코리아에서 7년을 일했다.
에델만코리아에서 30대에 임원이 되자 그는 스타트업의 첫 PR 담당자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회사가 토스다.
그는 자리를 옮길 때마다 자신의 일을 다시 정의했다. 보조 시절에는 프레젠테이션(PPT)을 잘 만드는 데 힘을 쏟았고, 에델만코리아에서는 디지털과 온드(owned) 미디어라는 낯선 영역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토스에서는 자신을 언론 홍보 담당자가 아니라 회사 안팎을 잇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자체 미디어 '토스피드'와 기업 다큐멘터리, 유튜브 채널 '머니그라피'도 '회사가 외부와 더 잘 연결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물음에서 나왔다.
저자가 말하는 커리어 성장은 직급이 오르는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을 조금씩 더 넓게 정의하는 일이다. 직함은 조직이 붙여주지만, 그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할지는 결국 일하는 사람이 정한다.
그에 따르면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두 가지다. 브랜드를 넓히는 일과 브랜드를 지키는 일이다. 고객 한 명, 직원 한 명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한 줄이 애써 쌓은 브랜드의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시대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면서 브랜드가 가려는 길을 알리는 일만큼 까다로운 일도 드물다.
월 송금액 1조원을 설명한 첫 기자간담회, 급여일 오후에 터진 대규모 장애 장면은 두 일이 현장에서 어떻게 맞물리는지 보여준다.
조직을 떠나며 느낀 속내도 풀었다. "회사에서의 정체성이 커질수록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따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는 문장은 조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했을 문제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성취를 담은 앞부분이 아니라 3부 '커리어를 넘어'였다고 밝힌다. 그 중심에 2025년 런던비즈니스스쿨 슬론 석사 과정에서 만난 리더십 연구자 허미니아 이바라의 문장이 있다.
"Doing comes first, knowing second.(행동이 먼저이고 깨달음은 그다음이다.)"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라, 움직여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뜻이다.
변화의 출발점은 홀로 고뇌하며 완벽한 답을 찾는 데 있지 않다. 내 안에 있는 이질적이고 때로 모순된 가능성들을 현실에서 기꺼이 시험해 보는 데 있다.
저자는 정답이나 성공한 누군가를 좇느라 잠시 길을 놓쳤더라도,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떠올려 보고 오늘부터 작은 실험을 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커리어 넘어 나답게 살아가는 토대는 한번의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일상의 루틴을 깨는 작은 실험을 되풀이할 때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기열 지음 | 도서출판 독 | 228쪽 |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