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 이동통신/한울아카데미

북한 이동통신 실태를 통해 김정은 체제의 통치 방식과 주민들의 생활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최근 10년간의 북한 공개 문헌과 언론 보도, 북한이탈주민 500여 명과의 면담, 자체 입수한 단말기 30여 대를 토대로 정책, 법·제도, 조직 개편, 인력 양성과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서비스 실태를 집대성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은 정보통신을 문명국가 건설의 상징이자 디지털경제를 견인할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고 국가 역량을 집중해 왔으며 최근에는 '수자경제(디지털경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또 코로나 이후 정보통신 육성 기본법을 제정, 산업 전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정보통신 기반 조성 지원법으로 인프라 구축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단행된 조직 개편이다. 북한은 국가 활동의 신경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기관이던 체신성을 전자공업성·국가정보화국과 통합해 정보산업성이라는 대규모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저자들은 이 조치를 국경 차단에 따른 외화난과 정보통신 설비 확보의 어려움, '수입병 근절'을 내세운 제8차 당대회의 결정, 국가 예산 절약과 업무 중복 방지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통합 조치로 해석한다.

현재 정보산업성은 현재 우편·방송 통신과 기반시설 확보, 하드웨어 생산과 소프트웨어 개발, 국가정보화를 총괄하면서 정보통신 인프라 조성과 통신장비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

북한은 휴대전화 사용 요금을 무료에 가까운 수준으로 책정해 '인민적 시책'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통신망을 통한 사상 교양과 과학기술 지식 보급이라는 체제 강화의 목적이 자리하고 있다.

기술혁신을 장려하는 동시에 정보의 흐름과 네트워크 보안을 국가가 철저히 관리, 통제하는 이중적 특징도 곳곳에서 확인된다. 가령, 북한 국가행정망 '내나라'에 통합검색체계에는 빅데이터 기술이 도입됐고 동영상 감시 체계는 인공지능 기술로 인물 식별과 교통, 산불 감시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이동통신은 김정은 체제의 야망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김정은 체제는 '사회주의 문명국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만성적인 재원 부족, 낙후한 하드웨어 제조 기반, 대북 제재로 인한 첨단 장비 수급난을 겪고 있다.

체신성이나 보위부, 보안서 등 권력기관 관리들이 판매소에서 단말기를 대량으로 빼내 시장에 되파는 풍경도 여전하다. 평양시 만경대구역 판매소 앞에서 사복 차림의 군 장교가 휴대전화와 유심, '명의변경확인서'까지 판매한다.

일부 해외 종사자나 무역업자들이 권력기관 관료의 요청으로 외국산 고가 단말기를 들여 보내기도 한다. 체신성 국장이 삼성 갤럭시를 사용했다는 증언도 있다.

남북 관계가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되어 통신과 접촉이 차단된 국면이지만, 한반도의 평화적 공존과 미래를 대비한다면 이동통신 분야의 협력은 분단된 두 사회의 이질성을 극복할 연결 고리로서 필수적인 전략 과제라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강영실·임을출 지음 | 한울엠플러스 | 432쪽 | 4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