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돈의 시대, 스테이블코인. /원앤원북스

10년 전쯤 비트코인 광풍이 불어닥치기 전까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돈의 형태는 단순했다. 법정화폐인 지폐와 동전이다. 현금으로 들고 다니든, 전산망에서 숫자로만 거래하든, 국가가 발행하고 관리하는 법정화폐를 돈이라고 생각했다. 원화, 달러화, 엔화, 위안화 같은 각국의 통화들이다.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은 오랜 시간 사람들이 당연시했던 돈에 대한 인식을 뒤흔들어 놨다. 돈을 불리는 방법은 예금과 적금, 주식 정도로만 알았는데, 비트코인과 뒤이어 등장한 각종 코인을 통해 상상을 초월하는 '돈 복사'와 '돈 삭제'를 경험했다. 이게 진짜 돈인지, 가상화폐라는 것이 진짜 화폐인지, 아니면 그저 투기와 도박의 새로운 종류인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은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배경에서 이 책의 주인공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 등장한다. 안정적인이란 뜻의 영단어 '스테이블(stable)'과 가상화폐를 뜻하는 단어 '코인(coin)'이 합쳐진 용어다. 스테이블코인은 말 그대로 가격(가치)이 안정적인 가상화폐란 취지로 탄생했다. 가격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 화폐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못하는 비트코인의 한계를 딛고 만들어진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1달러' '1코인=1유로'처럼 코인의 가치를 법정화폐의 가치에 고정해 놓는다. 현재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달러에 고정된다. 1코인이 1달러라면 10코인은 10달러로 바꿀 수 있는 식이다.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USDC는 민간 기업들이 만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이라면 1코인을 1달러에 고정해 사용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한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사회와 경제가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면 언제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도 있다. 남미 일부 국가나, 아프리카 국가들은 사정이 다르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는 법정화폐인 페소 가치가 폭락해 돈이 값어치를 못한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페소 대신 '안전 자산'인 달러로 바꿔 보유하고 싶어 하는데, 정부의 각종 통제로 환전이 쉽지가 않다. 이런 때 디지털 달러라고 할 수 있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유용한 대안이 된다.

저자는 돈이란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가상화폐는 왜 생겨났는지, 어떤 점에서 유용하고 또 어떤 측면에서 위험한지, 새로운 돈의 형태가 화폐 권력, 나아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구조와 역학 관계를 어떻게 바꿀지 등을 다각적이고 종합적으로 짚는다. 그렇다면 원화를 기반으로 한 원화 스테이블코인도 과연 필요한지, 그래서 내 일상엔 어떤 영향과 변화가 있을지처럼 생각할 거리도 많다.

저자는 조선일보에서 20년 이상 기자로 일하며 오랜 시간 경제 분야를 취재하고 전달해 왔다. 취재와 체험, 국내외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실체에 접근하고 맥락을 엮어낸 저자의 탐구 여정이 독자에게 다시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남긴다.

김신영|원앤원북스|2026년 1월 14일|2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