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감각 / 김영사

'반복되는 실수는 습관이고 더 냉정하게는 창업자의 실력이다.'

창업과 사업의 기본에 대한 직설과 일침, 반면교사 사례가 이어진다. 부의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열심히 하면 더 빨리 망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

사업 목적은 '현금 창출'이다. '부의 감각'은 이 단순하고 선명한 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 마케팅은 현금을 잘 창출하도록 판매 과정과 구조를 관리하는 것이고 인사 관리도 현금을 잘 창출하도록 기업 구성원의 안전과 성과를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 원칙이 서면 전략도 바로 선다. 현금 창출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현금 소멸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그 선택과 불(不)선택이 전략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단순한 원칙을 잊는다.

저자는 대학 시절 온라인 교육업체 이투스를 창업해 매각한 경험과 경영학 교수로서 쌓아온 이론을 바탕으로 실제 현장 사례들을 해부하고 냉정한 점검표를 제시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피자를 만드는 기계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은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 '좋은 재료 착한 가격'의 콘셉트를 내세운 다른 피자 제조 기업은 매년 200억 원 현금을 쌓아간다.

전자는 여전히 희망 회로를 돌리는 구간에 머무르는 기업, 후자는 부의 기회를 잡아 현금이 쌓이는 구조 설계까지 마친 기업이다. 후자는 언제든지 AI를 도입해 경제적 해자를 구축할 수 있다.

현금 창출 기회를 얻으려면 부의 신호를 포착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사건(코로나 팬데믹), 사용자의 불편(중고 거래), 극단적인 비용 절감(보험사 종이 문서 처리), 산업 구조 재편(디지털 콘텐츠 수요 급증), 인구 구조 변화(1인 가구 급증), 가치관 변화(웰빙 트렌드), 새로운 기술 등장(생성형 AI) 등이 부의 신호들이다.

부의 신호를 포착해 현금을 창출하는 순간, 이번엔 부의 향기를 맡은 경쟁사들이 몰려든다. 원가 우위, 차별화, 집중화를 무기로 이들을 따돌려야 부를 유지할 수 있다. 압도적인 실력차가 없으면 기업은 시장에서 잊혀진다. 프로 골퍼의 세계에서 수년간 이긴 골퍼들만 대중이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싸우기 전에 이겨라, 싸워야 한다면 속여라, 그러나 싸움 자체는 최소화하라(손자병법)'라는 지침은 사업 세계에서도 유효하다. 준비가 곧 승리이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경쟁은 피해야 한다. 고객 경험이라는 심리적 기만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는 것도 필요하다.

병법서가 말한 대로 때로는 퇴각도 동맹도 전략이다. 20년 전 한국 온라인 교육 시장은 출혈 경쟁 상황이었다. 2위 이투스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되기 전에 3위 코리아에듀와 먼저 합병했다. 혼탁했던 다자 경쟁 구도가 1위 메가스터디, 2위 이투스 양강 체제로 바뀌고 가격 덤핑이 줄었다.

이 책엔 심장을 데우는 뜨거운 문장은 거의 없다. 현금 창출을 막는 염증 부위에 차갑게 메스를 대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창업가나 사업가들은 마른 침을 몇 번이나 삼키며 넘겨 볼 대목이 많다. 기자도 취재 현장에서 관찰한 기업의 명멸(明滅)이 떠올라 등골이 서늘해졌다.

김문수|김영사|248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