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개의 키워드를 뽑고 나서 깜짝 놀란 것은, 모든 키워드가 인공지능(AI)과 연결됐다는 점이다. AI를 빼고 트렌드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트렌드 코리아 2026'(미래의창) 대표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소비 경향과 변화할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한 결과를 공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년간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면서 "경제 등 모든 요소를 압도하는 강력한 동인(動因)이 있었는데, 그게 AI였다. 작업을 하면서 AI가 우리 사회에 이토록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년 모든 키워드는 AI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 교수는 "전문성에 바탕한 AI 정보의 취사선택 여부가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AI 활용에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렌드 코리아' 저자들이 뽑은 첫번째 키워드는 '휴먼인더루프'(Human in the loop)다. 휴먼인더루프란 AI가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한 번은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모두가 AI를 적극 활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인간 고유의 업무 역량이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책은 AI가 초래한 직간접적 변화와 그에 대응하는 인간의 반작용도 다루고 있다. 책에 따르면 정(正)에 해당하는 대표 키워드는 '제로클릭', 'AX'다. 제로클릭은 소비자가 무언가를 찾기 전에 AI가 먼저 제시해 디지털 생활 전반에서 클릭이 극단적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AX조직은 위계에 따른 수직화된 조직이 아니라 AI 적용으로 수평화되는 조직을 말한다.
반면 AI의 습격에 따른 반작용, 이른바 반(反)AI에 해당하는 트렌드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아날로그 및 인간다움의 필요성이 부각된다. '근본이즘', '필코노미', '1.5가구', '건강지능'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AI 활용이 급증할수록 사람들은 '아우라'를 내뿜는 '근본'을 찾고자 한다. 그래서 나온 키워드가 근본이즘"이라면서 "문화적 근본, 시대적 근본, 역사를 견뎌낸 전통과 원조가 그것이다. AI 시대의 과도한 변화와 발전이 불러일으킨 반작용과도 같다"고 말했다.
한편 '트렌드 코리아'는 매년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 띠를 키워드로 10가지 트렌드를 제시한다. 2026년은 말띠해로, 강인한 힘을 뜻하는 'Horse Power'를 키워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