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레퍼런스./미다스북스

인류는 최초의 올도완을 사용한 이후 약 250만 년에서 백만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타제 석기라는 도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 인류가 스스로를 대단히 우월하고 과학적이라고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당시 인류는 백만 년 동안 단순한 돌멩이만을 가지고 생활했다. 단순도구인 돌멩이, 나뭇가지, 칡넝쿨들만을 백만 년 동안 사용한 것이다. 그러던 인류는 모방과 창조라는 역량을 통해 무한한 발전을 이뤄왔다. 책은 인류사의 발전에는 '참조(reference)'가 늘 따라다닌다는 점을 언급한다.

저자는 신간 '호모레퍼런스'에서 인류는 모두 '호모레퍼런스', 즉 참조하는 인간이라고 말한다. 인류의 힘은 뛰어난 개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지식의 축적과 참조에 있었다는 것이다.우리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참조'라는 키워드로 내놨다.

책은 기존의 서구 중심적 역사관을 넘어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의 여정, 고대 문명의 미스터리, 동서양 사상의 교차로까지 폭넓게 조망한다. 4대문명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들의 흔적을 추적한다. 튀르키예의 아나톨리아, 불가리아의 프로바디아, 인도네시아의 구눙 파당 등에서 발견되는 놀라운 기술적 성취들은 인류가 알고 있는 문명의 역사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또 동서양 사상의 연관성을 다룬다. 기원전 6세기에서 3세기 사이, 유라시아 대륙의 양 끝에서 유사한 철학적 통찰이 동시에 출현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저자는 인류는 서로의 행동을 관찰하고 따라 하는 '모방'을 통해 지식을 전수받아 왔다고 보고 있따. 관찰한 대상을 그대로 반복하는 '모방'과 달리, 단순한 반복을 넘어 기존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해석과 개선, 창조로 나아가는 참조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행위다.

책에서는 인류의 성공이 단순한 생물학적 우월성이 아닌, 문화적 학습과 사회적 네트워크의 확장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DNA 분석 결과는 다른 인류 종들과의 활발한 교류와 혼혈이 있었음을 증명하며, 이는 인류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진화의 역사를 시사한다.

하지만 현대 인류가 직면한 기술과 지식의 폭발적 성장은 역설적이게도 인류를 후퇴시킬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인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만, 정작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승하는 능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호모레퍼런스의 관점에서 인류사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일까. 저자는 "인간이 아닌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된 돈, 권력, 명예는 수단으로만 존재해야 하며, 그것이 목표가 되는 순간 그 문명은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면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서로를 참조하며 발전시켜 온 지혜의 핵심은 수단과 목적의 혼동이 가져오는 비극을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고 전한다.

김문식 지음|미다스북스|440쪽|3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