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의 가격./월북

7월 초 기상 관측 117년 만에 가장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는 '살인 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지난 8일 서울의 한낮 기온이 37.8도까지 치솟으며 1908년 기상 관측 시작 이후 7월 상순 기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온열질환자가 속출했다. 이러한 이상 고온 현상은 한반도 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매년 노인 약 1만명이 사망한 원인 중 하나로 폭염이 지목되고 있다. 이는 미국 전체 인구 중 연간 700~800명이 사망한다고 밝힌 공식 기록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다. 이와 같은 추정 결과는 앞으로 기후 변화가 노인 사망률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높아진 기온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 경제 생산성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과 삶의 질 전반에 광범위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악영향을 더 많이 끼칠 수 있다. 이렇듯 '끓는 세계'에서 이상 기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하는 전문가가 있다. 지금도 0.1도의 변화가 일상의 모든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면?

한국계 미국인이자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환경경제학자인 박지성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는 신간 '1도의 가격'에서 수많은 통계를 분석해 얻은 증거를 근거로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기후변화의 점진적인 피해를 조명한다.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실재하는 기후변화의 비용에 주목하며 취합한 기후변화에 관한 최신의 연구들을 제시한다. 일례로 그는 1980년부터 2009년까지 해당 지역의 일일 기온 데이터를 살펴본 결과, 다양한 종류의 범죄에 걸쳐 일일 기온이 높을수록 그달에 발생한 범죄가 더 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유난히 더운 날에는 업무효율도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32.2도 이상의 폭염을 하루 더 겪을수록 미국 내 사망자가 3000명이 늘어나며, 저소득층일수록 이러한 더위에 더 많이 노출되며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것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책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는 거시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우 기온이 2도 상승하면 경제생산량이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1~3%(4200억~6300억달러) 줄어들 수 있다.

책은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산출해낸 통계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부터 기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할 수 있는 역할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이제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가 실존하는가'가 아니라, '이미 닥친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기후 변화에 대한 낙관론적인 관점도 제시한다. 그는 지구온난화를 늦추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인다. 실제 유럽연합(EU) 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약 4기가톤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2022년 2.8기가톤 이하로 떨어져 30퍼센트 가까이 감소했다. 1인당 배출량은 1990년 인당 11톤에서 2022년 인당 7톤 미만으로 35퍼센트 이상 줄어들었다. 미국의 성과는 그보다 덜 인상적이었지만, 그래도 이산화탄 소 배출량을 8퍼센트나 줄였고(1990~2020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과시키면서 2030년까지 배출량을 2005년 대비 거의 절반으로 줄이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저자는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제시한다. 계량경제학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이다. 또 책에서는 자극적인 경고보다는 오히려 건조한 데이터세트와 통계를 통해 오늘날 기후변화의 현실을 담대하게 드러내며, 해결책도 모색한다. 저자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