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프레스탁

길고양이들이 사는 '길'은 우리가 '동네'라고 부르는 곳이다. 우리는 늘 주변에서 마주치지만 그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우리 주변 어딘가, 동네에서 무심코 지나친 이들 길고양이들. 때론 안쓰러운 시선으로, 때로는 불편하고 거슬리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극심한 계절 변화와 인간 중심으로 설계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봉착한 어려움에 공감하며 그들을 돌보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고양이는 문제의 대상으로 지목되며 내몰리고 있다. 때로는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중성화수술 사업의 대상으로, 새를 공격하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밥을 주거나 주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시선에서 벗어나 고양이라는 객체의 삶으로 직접 들어가서 보는 그들의 삶은 어떨까. 고양이들은 지금 어디에 머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생태계 구성원인 고양이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만 여기면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신간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는 이러한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다. 저자들은 동네의 고양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며, 인간의 지도에 고양이의 발걸음을 포개어 우리가 알던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느끼도록 이끈다.

책은 싱가포르 길고양이 동네 관찰 보고서다. 고양이들은 인간이 만든 건축 요소를 '선물'처럼 활용한다. 한국처럼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싱가포르에서는 인구의 약 80퍼센트 이상이 정부에서 건설한 공영 주택 단지에 산다. 고층 건물 여러 동이 모여 있는 단지형 구조이고, 작은 공원이나 상가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아파트 단지와 비슷하다. 이곳에도 길고양이들이 터를 잡고 살기도 한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싱가포르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1층을 빈 공간으로 두고 2층부터 주거 공간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필로티' 구조를 싱가포르에서는 '보이드데크(void deck)'라고 부른다. 한국에서는 주로 주차장으로 이용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한다. 최근 들어 사람들간의 결속력이 약화하면서 보이드데크의 주 이용자는 한 동네에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됐다. 보이드데크는 연평균 기온 27.8도인 싱가포르에서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공간이라고 고양이들이 아무 데나 자리를 잡는 건 아니다. 보이드데크를 구성하는 C자형, L자형 기둥은 고양이들이 제 몸을 끼워 맞추기에 안성맞춤이다.

고양이들은 영민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고양이들이 인공 구조물만 이용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일조량과 인간의 이동 패턴을 예민하게 감지한다. 이를 이용하는 방식에서 고양이들의 성격이 드러나기도 한다. 인간을 싫어하는 고양이는 출퇴근 시간이 되면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기둥 근처로 몸을 피하고, 관심받길 좋아하는 고양이는 인간이 출퇴근 지름길로 이용하는 계단 위에 벌러덩 누워 지낸다. 한적한 오후에는 시간대별로 달라지는 그늘을 따라서, 기둥과 기둥 사이로 흘러드는 햇살을 따라서 유유히 이동한다.

인간의 발길이 뜸해 마른 나뭇잎과 잔가지가 쌓인 언덕은 고양이의 가장 좋은 낮잠 장소다. 저자들이 가까이에서 관찰하려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마른 풀잎들이 바스락바스락 경고음을 낸다. 그제야 저자들은 깨닫는다. 고양이들은 안락하면서 동시에 위험을 기민하게 감지할 수 있는 곳을 제 거주지로 삼는다는 것을. 나뭇잎 같은 자연의 소리가 경고음을 내보내거나, 네 방향 탈출구가 있는 자동차 아래처럼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고양이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인간의 지도 위에 고양이의 지도를 포개어 보여준 뒤, 고양이에게 배운 지혜에 유쾌한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거주 형태를 제안한다. 고양이가 L자형 기둥을 아늑한 거처로 삼은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천편일률적으로 구획된 아파트 도면을 재배치하고, 바람을 이용한 집을 설계하고, 경고음을 내는 나뭇잎 매트리스를 거처로 삼은 고양이의 기발한 발상에서 착안해 소리 울타리를 세운 집을 짓는다.

싱가포르의 고양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조사한 이 책은 건축과 도시 공간이 더 이상 인간만을 위한 환경이 아닐뿐이라는 것을 독자에게 알린다.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는 첫 단계가 '공존'을 깨닫는 일이라면, 그다음 단계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 구성원을 유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삶의 방식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이 책을 참고 삼아 우리가 살고 싶은 집, 우리가 거닐고 싶은 도시를 상상하고 또다시 '다음'을 모색해볼 수도 있다. 책은 비인간을 위한 건축과 디자인,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도 상상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 공간을 부동산이 아닌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생태학적인 영감을 준다.

아틀리에 호코 지음| 프레스탁|156쪽|2만2000원

고양이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프레스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