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까지 시간을 넘나드는 소설집 ‘무한의 오로라’에서는 소외되고 고통받은 인물을 다룬다. 연인, 가족 심지어는 국가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타자에 대한 책임감은 모든 것이 박탈된 궁핍한 ‘얼굴’, 고통받는 ‘얼굴’의 모습으로 각인된 타자에 대한 책임감으로 드러나기도 하지만, 수호해야 할 조상의 땅으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게 작가의 생각이다.
이하언 작가의 두 번째 소설 ‘무한의 오로라’가 ‘푸른사상 소설선 57′로 출간됐다.
소설에 나타나는 타자를 향한 책임과 연민은 개인에서 나아가 국가와 민족 등으로 확대된다. 책의 각파트별 주인공인 개에서는 개로, 무한의 오로라에서는 헤어진 옛 애인,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는 초점인물, 북파공작원 특수임무 수행부터는 국가, 풀잎에서는 민중, 광야에 서다에서는 민족, 태양을 품은 여인에서는 땅 등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다뤄지는 타자로 표현된다.
책의 표제작 ‘무한의 오로라’에서의 화자는 헤어진 전 애인 ‘혜진’이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는다. 이별한 후에 다른 남자와 불행한 결혼 생활을 했던 혜진의 사정을 알게 된 화자는 가상세계인 ‘무한한’에 접촉해 혜진의 행복을 빌어준다.
소설 속의 시간은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넘나든다. 등장인물들은 존재했고, 혹은 존재했을 법하고, 앞으로도 존재할지도 모를 사람들이다.
이하언은 “그들이 만들어내었을, 하지만 알려지지 못한 이야기들의 가치를 찾아보려고 노력했다”면서 “글을 쓰면서 새삼 사람들이 얼마나 자유를 추구했고 얼마나 생명을 소중히 여겼는지, 인간 존엄성을 지키려 했던 부단한 노력들도 있었는지 등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이하언 지음 | 푸른사상 ㅣ232쪽ㅣ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