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다이어리./새움 제공

스물두 살 청년 이도가 아버지 태종으로부터 왕권을 물려받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큰형인 ‘양녕대군’을 제친 셋째 아들로서 말이다. 뜻하지 않게 왕이 된 벅참과 부담감, 큰형에 대한 의리, 모범생으로서 나라를 잘 만들어가고 싶은 포부, 튼튼한 국방 등은 이도의 통치 33년 간을 꿰뚫는 큰 줄기다. 태종의 뒤를 이은 조선의 왕 이도가 바로 ‘세종’이다.

세종실록 33년을 33편의 글로 재탄생시킨 신간 ‘이도 다이어리’는 세종 이도의 마음과 눈을 따라 쓰여진 책이다.

세종실록은 총 163권이다. 이도가 조선의 왕으로 살았던 33년(1418~1450년) 동안의 정치경제, 사회문화, 기술, 기후 등이 시간의 순서에 따라 총집결돼 있다.

세종실록 33년을 총 33편의 글로 재탄생시킨 이 책은 이도가 직접 쓴 일기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세종실록은 사실에 기반한 기록이지만, 현장의 ‘대화’가 곳곳에 있다. 사람들이 느낀 감정과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다이어리’ 형식으로 풀어낸 이 책을 만나며 그 역사와 현장감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난다.

책은 실록에 쓰여진 사실을 바탕으로 크게 ‘역사적 사실’과 ‘사람의 감정’ 두 축을 다뤘다. 어떤 주제는 33년 전체를 관통해서 이어지기도 한다. 예컨대 지방의 수령에게 ‘애민, 백성을 사랑할 것을 평생 당부하는 것’, ‘관직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가까이 불러서 대화하는 것’, 양녕을 벌주라는 신하들의 끈질긴 탄원에도 아버지 태종의 유지를 지키며 ‘양녕대군’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등이 그렇다. 인간인 이도를 온 마음으로 느끼게 해준다.

책에 따르면 이도는 마음이 바른 사람을 중용했다. 신하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신이 다르게 여기는 이유를 꼭 말해주고 대화를 이어갔다. 반대 의견이 타당하면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사람 사이의 ‘다름’을 차별하지 않는 말이 통하는 왕이었다.

이러한 이도의 ‘대화법’은 저자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고까지 말한다. 저자가 만난 이도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리더’였다. 대화 상대의 신분과 격을 문제삼지 않고 늘 가까이 불러서 대화했다. 사소한 문제에서 시작해서 큰 문제를 해결하고, 대화를 확장할 때는 선문답 같은 직관적인 대화를 했다. 또 대안을 수립할 때는 근거를 제시하는 분석적인 대화를 했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창의적 사고법을 통칭해서 부르는 ‘디자인씽킹’의 원리와 유사하다. 디자이너인 저자가 이도의 대화법에 착안하게 된 이유다. 저자는 삼성전자에서 20년 동안 디자이너로 일하며, 수석디자이너 시절에 ‘이건희 회장의 디자인경영철학’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일을 전담했고 지금은 ‘인문학공장 공장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공감한 것을 상품으로 바꾸는 일에 훈련된 사람’으로서, 이도가 왕으로 살았던 삶 전체를 책에 담아 그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게 하고자 하는 바램을 갖는다. 저자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세종의 생각을 따라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나는 어떤 사람인지’를 성찰하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경묵 지음 | 새움ㅣ424쪽ㅣ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