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헤어질 결심’을 했다. 북한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 적대국’으로 명기하고 ‘자주・평화・민족대단결’ 표현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조국 통일 원칙’도 없애겠다고 하니, 북한 사회에서 통일은 ‘지상 과제’에서 꺼내서는 안 될 ‘금기어’로 전락하고 말았다.
저자는 “그래도 통일과 통일 법제에 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 통일에서 보듯 통일은 국제 질서의 세력 전이에 따라 갑자기 찾아 올 숙명이기 때문이다. 준비 없이 맞이한 통일은 기회가 아니라 재앙이고 쓰나미다.
통일로 소외되는 계층이 나타나지 않도록 법・제도적으로 정비하는 일은 홍수에 대비해 제방을 쌓는 것과도 같다. 독일은 1990년 영토적・정치적 통합을 한 이후에도 30년 이상 법・제도를 갈고닦아 통일의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제1장에서는 통일 법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제2장에서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다자 제재와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 등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살펴본다. 제3장에서는 리비아, 베트남, 이란, 쿠바, 미얀마, 수단 등의 선례를 참고해 미국의 대북 제재 해제 프로세스를 전망한다.
제4장에서는 남북한 환경 법제 통합 방안을 다룬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지금에도 환경 분야 협력은 충분히 가능하다. 제5장에서는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와 관련된 법률적 쟁점을 다룬다. 지난해 북한이 남북 공동 연락 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일이 있었다.
2017년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한반도 통일은 민족의 문제를 넘어선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되었다. 복잡한 문제는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갈 때 의외로 풀릴 수 있다. 여야 합의에 의한 통일 정책 마스터 플랜을 만들어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지면서 젊은 세대 사이에 공정 논란이 일었다. 저자는 “그 논란이 이 책의 집필 계기가 되었다”면서 “‘민족 감정’을 동원하는 통일 담론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통하는 새 통일 담론이 필요한 때”라고 거듭 강조한다.
임형섭 지음ㅣ248쪽 ㅣ프라미스 ㅣ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