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델리주 가지푸르에 있는 쓰레기산의 높이는 약 65m에 달한다. 이곳은 돌이 아닌 쓰레기 1400만톤(t)으로 이루어진 산이 있다. 그중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비율은 1%에 불과해 매립지 규모는 하루가 멀다하고 커지고 있다. 유독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돈이 될 만한 고물을 줍고, 넘쳐나는 쓰레기로 산사태나 화재가 흔히 발생하는 곳이다. 이렇듯 인도 곳곳에 존재하는 쓰레기산의 수는 약 3100여개가 넘는다. 지난 2017년 한 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쓰레기 산'이 무너져 150여 명이 사망했다.
이처럼 쓰레기 문제는 단순히 '쓰레기가 많다'는 사실로 끝나지 않는다. 수질과 공기 오염 등 환경 파괴는 물론 세계 빈곤층의 열악한 노동 환경, 보장받지 못하는 생명과 안전 등의 문제가 함께 드러난다.
영국 저널리스트 저자가 쓴 신간 '웨이스트 랜드'는 인간이 버린 쓰레기의 발자취를 좇아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옮기고, 거대한 폐기물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생생히 밝힌다.
인간이 매일 쓰고 버리는 것은 모두 쓰레기가 된다. 하지만 쓰레기를 외면한 사이, 쓰레기는 급격하게 쌓여간다. 전 세계적으로 20억1000만t의 고형 폐기물이 버려지고 있고 세계에서 쓰레기를 가장 많이 버리는 나라인 미국에서는 매일 인당 2㎏ 쓰레기가, 영국에선 인당 매일 1.1㎏가 배출된다. 그 중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막대하다. 실제 플라스틱 쓰레기는 에베레스트의 녹아내린 빙하와 가장 깊은 해구에서도 나타난다. 태평양의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은 매년 바다에 버려지는 약 1100만 톤의 플라스틱이 환류로 인해 한곳에 모이면서 만들어졌다. 이제는 프랑스 크기의 3배 크기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쓰레기 처리 산업'의 실태를 담은 환경 르포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가고, 그곳에 도착하면 누가 처리할까. 저자는 그 답을 찾아 전 세계 폐기물 처리장을 파헤친다. 세계 최대급 인도 쓰레기 매립장부터 미국 광산 폐허, 패스트패션으로 몸살을 앓는 가나 중고 시장에 이르기까지 쓰레기 위기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저자는 책에서 기업의 그린워싱, 중고품 기부 뒤에 숨겨진 어두운 진실, 핵폐기물의 유산을 마주하고 쓰레기로 뒤덮인 세상에서 인류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을 담는다.
쓰레기는 비단 특정 국가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경을 넘는다. 폐기물 산업은 세계화됐다. 선진국은 쓰레기를 국내에서 고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신 개발도상국으로 빈번히 수출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저렴한 인건비를 통해 쓰레기를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다. 그 결과 현지의 환경이 오염될 수밖에 없었다. 중고품 기부도 마찬가지다. 쓸 만한 중고품은 해외로 기부되지 않고 자국에서 재판매되는 것이 현실이다. 전 세계의 중고품이 몰려드는 가나 아크라에서는 애초에 폐기물로 분류될 저품질 중고 의류가 넘쳐 쓰레기 매립장이 한계를 초과했고, 거리와 하천이 손쓰기 힘들 정도로 오염됐다. 인도네시아 동자바에서 한국 지폐가 발견되고, 가본 적 없는 나라의 갯벌에서 한글이 쓰인 포장지 조각이 나뒹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 쓰레기 위기를 그저 다른 나라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갖다 버리는 쓰레기에 대한 의미뿐 아니라 인간의 낭비로 인해 잃고 마는 기회들을 다루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 내는 모든 음식의 3분의 1은 그대로 버려지지만, 매일 8억2000만명의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쓰레기를 발생시키는 개인의 과도한 소비도 문제지만, 그 배후에서 소비를 장려하는 기업의 전략과 그린워싱 또한 실재한다. 예컨대 잉여 생산품을 대량 파쇄하는 패션과 전자제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넘쳐나는 의류 재고로 아예 화석연료를 대체하거나, 스마트폰 배터리 수명을 일부러 줄여서 판매하는 사례도 있었다. 저자는 "우리가 그냥 쓰고 버리는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이 세상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데, 이 연약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작은 역할을 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쓰레기를 보이지 않는 실체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보통 쓰레기차는 사람들이 보기 힘든 새벽에 돌아다닌다. 폐기물 시설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교외에 있는 경우가 많다. 세계적인 고형 폐기물 처리 산업 규모가 수십억 달러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에 대해 알려진 게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쓰레기의 세계화는 우리와 직결되는 문제다. 저자는 이를 위해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가 정말 다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사실, 재생 플라스틱 제작에 새 플라스틱이 일부 필요하다는 '친환경'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동시에, 투명한 재활용 체계와 기업의 그린워싱을 제재할 강력한 장치도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희망은 우리 모두의 관심에 있다.
올리버 프랭클린-월리스 지음ㅣ김문주 옮김ㅣ알에이치코리아ㅣ480쪽ㅣ2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