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물량공세./리더스북

"창의성에 관한 한 압도적인 양이 질을 끌어올린다."

실리콘밸리 혁신 산실로 불리는 미국 스탠퍼드대 디스쿨의 교수이자 글로벌 기업의 경영 멘토 제러미 어틀리와 페리 클레이반은 신간 '아이디어 물량공세'에서 "혁신은 소수 정예의 아이디어보다는 막대한 양의 아이디어 물량에서 비롯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저자들은 책에서 조직의 혁신과 창의성을 좌우하는 핵심은 질보다 '양'에 있다는 점을 앞세운다. 어마어마한 양의 아이디어가 나온 뒤 이를 시험하는 과정에서 더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에서는 창의성에 대한 하나의 접근법 중 하나로 '아이디어플로(ideaflow)'란 지표를 제시한다. 주어진 시간 동안 특정 문제에 대해 생성할 수 있는 아이디어 수를 의미하는 아이디어플로를 통해 조직의 창의성을 향상시키는 방법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들은 늘 높은 아이디어플로를 보인다. 아이디어가 더 많을수록 더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행위는 쓸모없는 것들을 우선적으로 쏟아내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올 통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하나의 훌륭한 아이디어 뒤에는 최소 2000개의 아이디어가 있다는 게 저자들의 의견이다. 예컨대, 다이슨을 청소기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게 한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는 5127개의 시제품을 제작한 끝에 시장에 나왔다. 일본 제약사 에자이는 하나의 약을 출시하기까지 약 2만가지 신약 후보물질을 테스트한다. 패스트푸드 타코벨의 히트 메뉴 '도리토스 로코스 타코'는 개발되기까지 2000개가 넘는 버전의 아이디어가 실험대에 올랐다. 그들은 실패한 조합이라고 해서 버려두지 않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합치고 수정하며 판매량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웹페이지 디자인을 찾아냈다. 인풋이 더 많으면 아웃풋이 더 좋다.

책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30년 이상에 걸쳐 40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한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 인터뷰 대상 중에는 나중에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도 4명이나 있었다. 연구진은 개인의 버릇부터 연구 기법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문제 해결과 창의성에 도움을 주는 요소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했다. 연구진이 장기적 성공과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찾아낸 요소는 이들 과학자가 연구소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취미 생활, 여행, 예술 추구 같은 것 말이다. 인풋이 더 많으면 아웃풋이 더 좋다. 저자들은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려고 애쓰지 말고,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라"면서 "편견 없이 세상을 자세히 보고, 마음이 알아서 연결점을 만들어내게 하라"고 조언한다.

단순히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쏟아냈다면 이제 그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통할 것들인지 테스트할 시간이다. 여기서도 중요한 건 '양'이다. 책에서는 형편없는 아이디어들 속에서 원석을 발견하는 테스트 설계의 전략을 소개한다.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이자 육상팀 감독이었던 빌 바워만은 기록 단축용 육상화를 개발하기 위해 직접 신발을 수선한 뒤 선수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다. 책에서는 '빨리감기 전략', '테스트의 순환고리 완성하기' 등 어느 조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테스트 방법을 제시한다.

창의성이란 가능성의 예술이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저자들은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있지만 더 많은 걸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창의성이란 단순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의견을 내는 길"이라고 결론을 낸다.

책의 저자인 제러미 어틀리와 페리 클레이반은 지난해 선도적인 경영 혁신가를 뽑는 '싱커즈(Thinkers) 50′에 이름을 올렸다. 클레이반은 2006년 디스쿨 창립을 주도한 교수로, 이후 10년 넘게 창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과 경영자를 위한 혁신 과정을 가르친다. 어틀리는 디스쿨의 벤처 지원 스타트업 디라이트 디자인에서 일하는 등 조직 컨설팅 전문가다.

제러미 어틀리, 페리 클레이반 지음ㅣ이지연 옮김ㅣ리더스북ㅣ476쪽ㅣ2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