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주인을 찾습니다./지와인

독일 헌법재판소가 성적 위주의 의대 입시 전형과 의대 정원 확대에 개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인들의 운전 금지는 바람직할까. 자신의 죽음의 주인은 누구일까. 법은 인간의 탄생부터 입시, 결혼, 사고, 죽음 등 삶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는 법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 많다. 법이 필요할 때, 법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미국 연방사법센터와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에서 법을 연구한 저자가 현대 법의 정신과 작동 원리를 알려 준다. 저자는 20년간 헌법 연구에 매진해온 법학자다.

책은 법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적용하는지, 법의 보호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법을 제대로 알고 읽는 방법은 무엇인지, 나쁜 법인지 알아내는 법,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개헌 내용은 무엇인지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법을 처벌이 아닌 약속과 균형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법이 나쁜 사람을 응징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행복을 지키고 권리를 스스로 변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책에서는 미국과 독일에서의 연구와 흥미로운 사례도 소개한다. 독일인들이 부동산 계약을 잘하는 이유, 미국 로스쿨 수업은 왜 문답식인지 등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또 술은 나쁜데 왜 금지하지 않는지, 왜 복수는 국가만 할 수 있는지 등 심오하지만 궁금했던 법의 논리를 설명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일반 사람들도 얼마든지 법률가처럼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저자는 '당신은 죽음의 주인인가'라는 어려운 질문도 던진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죽음 역시 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인은 성인의 56퍼센트가 유언장을 쓰는데 한국은 1퍼센트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작별 인사와 당부를 전할 수 있고, 상속 분쟁도 줄여주는 유언장이 한국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다. 또 일본에서는 국가가 유언장을 보관하는 제도를 마련해뒀다. 유언장을 작성해 담당 관청으로 가져가면 3~4만 원이라는 비용으로 150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해준다. 한국도 죽음에 대한 주인의식이 높다면, 유언장 작성이 보다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또 독일의 의대 정원 논의에 대해서도 다루기도 한다. 지난 2017년 독일 헌법재판소는 입법자들에게 의대 입시의 다양성 강화를 촉구한다. 성적을 기준으로 선발하는 전형의 경우에도 오직 성적만으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능력을 고려해야 하며, 기다려서 입학하는 전형도 현행 장기 7년은 지나치게 긴 기간이므로 이를 3~4년으로 단축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의대 정원도 지나치게 적게 책정되어 있으니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헌법재판소가 의대 입시에 개입한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는 법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리걸 마인드(법률적 사고)'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법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구체적인 법의 조문을 몰라서가 아니라 '법의 정신과 원리'를 모르기 때문"이라면서 "애초에 법이라는 게 왜 만들어졌는지, 소송과 재판과 변호를 구성하는 원칙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전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들을 결정하는 법의 세계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만나보자.

김진한 지음ㅣ지와인ㅣ304쪽ㅣ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