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계단씩, 다함께./푸른길 제공

2000년 등장한 국내 1세대 이커머스 기업 다나와는 국내 최대 가격 비교 사이트로 성장했다. 디지털 카메라 가격 비교로 시작한 이곳은 PC 전성기에 컴퓨터와 컴퓨터 구성 부품·주변기기 등 각종 정보를 한 눈에 보여 줘 매니아들의 성지가 됐다. 다나와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 변화를 빠르게 알아 챈 창업자 성장현 다나와 전임 회장의 안목과 역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개발자가 성공한 벤처 창업자로 성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책이 나왔다.

신간 '한 계단씩, 다 함께'는 한 걸음씩 침착하게 올랐던 다나와의 창업자 성장현의 경영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저자인 성장현 다나와 창업자는 인하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 전산실에서 12년간 근무했다. 지난 2000년에 직장생활을 마치고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의 창업주가 됐다.

이 책을 통해 다나와의 20여 년의 성장 여정을 창업자로부터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책의 저자는 낮에 일하고 밤에 개발해서 만든 하나의 사이트에서 사업의 방향을 정했을 때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다. 그리하여 종합 가격비교 서비스 사이트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수천 개의 전문 상점이 밀집한 용산 전자상가의 가격 정보를 인터넷으로 옮겨 온 시도는 당시 혁신에 가까웠다. 창업자는 사이트에서 '원하는 정보를 다 보여 주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고, 전자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을 바꿔 버렸다.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호객 행위에서 벗어나 좀 더 합리적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책은 창업을 꿈꾸는 월급쟁이 직장인들이 참고할 만한 창업자의 조언이 담겨 있다. 저자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그것을 스스로 개발할 수 있다면 다람쥐 쳇바퀴에서 벗어 나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를 추천한다. 그런 점에서 처음부터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개척해 생존하면서 마침내 최대 가격비교 사이트로 성장한 다나와의 경영 스토리는 벤처 창업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다나와는 창업의 뿌리이면서 동시에 저의 벤처기업 경영 원칙"이라면서 "다나와 경영 그 자체가 이름에 걸맞은 실체를 채우기 위해 고심하고 실행했던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도 있었다. 저자가 "과감히 도전하라" 같은 선언보다는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라"는 현실 조언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책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가격비교 시장을 놓고 경쟁했던 1등 에누리닷컴의 장벽, IT 공룡 네이버의 가격 비교 서비스 등장, 우후죽순 생긴 가격비교 사이트와의 경쟁, 수익모델 고민, 코스닥 상장에서 얻은 교훈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다나와는 코리아센터에 2022년 약 4000억원에 매각됐다. 저자는 22년간 이끌었던 다나와를 매각하고 지난해 다성벤처스를 창업해 신인 창업자를 발굴하고 있다. 독자들은 책에서 '한 계단씩, 다 함께'는 혁신을 대하는 그의 기본 자세를 통해 창업의 정석을 배울 수 있다.

성장현 지음ㅣ푸른길ㅣ360쪽ㅣ1만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