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대표 동작 중 하나로 '아티튀드(attitude·태도 혹은 자세)'가 있다. 발레 초보자들이 직접 해보면 한 다리로 균형을 잡고 선 채 다른 다리를 들어 올리는 것도, 든 다리의 무릎을 바깥 방향으로 돌리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발끝이 아래로 처지지 않게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연습을 통해 몸을 단련해야만 비로소 우아한 아티튀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 33년차 저널리스트는 발레를 통해 인생에서도 태도가 좌우한다는 것을 다시 깨닫는다. 사람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따라 인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소리다.
신문기자에서 방송기자로, 앵커에서 시사교양 본부 총괄 사령탑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저자가 쓴 신간 '발레를 배우며 생각한 것들'은 펜과 마이크를 내려놓은 이후 발레를 배우며 터득한 삶의 통찰을 담은 에세이다. 책은 저자가 언론인으로 일한 지난 33년에 대한 회고, 그리고 발레를 배운 1년의 기록이다.
저자에게 발레 수업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인생 수업 그 자체였다. 저자는 갑작스런 퇴사 뒤 버킷리스트에 올려뒀던 발레에 도전하고, 이 과정에서 얻은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글로 옮긴다.
저자가 취미로 발레를 본격 시작한 나이는 55세다. 저자는 늦깎이 취미로 발레에 도전하면서, 다시 시작점에 선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10여 년 전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신문 기자에서 방송에 뛰어든 것 역시 도전 의식이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13년간 방송에서 활동하며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도전 정신을 발휘한 저자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발레를 통해 또 다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발레 수업은 기자, 앵커, 첫 여성 임원 등 도전의 연속이던 그의 삶을 반추해주는 인생의 수업이다. 저자는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냐"면서 "남은 인생 중 지금이 가장 젊을 때이니, 눈 딱 감고 용기 내서 발레를 시작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입구는 있어도 출구는 없다'는 발레에 매력에 빠져 낯선 몸의 언어를 하나하나 익혀나가며 삶도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신은 문을 닫으면 창문을 열어주신다'는 말이 있듯이, 발레를 통해 그 문을 열게 됐다고 전한다. 이를 통해 인생의 '그랑 주떼'(하늘을 나는 듯이 높이 멀리 뛰는 점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아라베스크'를 할 땐 우아하지만 흔들림 없이 버티는 힘을, 빙그르르 '피루엣'을 돌며 자기만의 축을 찾고 나를 긍정하는 마음을, '아디지오'를 통해 지구력과 균형감각을 익혔다. 발레 수업에서 대다수 신입 수강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바로 데블로페다. 데블로페는 느린 음악에 맞춰서 점진적으로 앞·옆·뒤로 뻗은 뒤 그 상태에서 버티는 동작이다. 저자는 "발레에선 살라미 전술(얇게 썰어 먹는 이탈리아 소시지에서 유래)이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말을 새긴다"며 "인생도 단번에 큰 욕심을 내기보다 작은 목표를 차근차근 이뤄나갈 수 있게 버티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한다. 그렇게 발레의 낯선 동작으로 스스로를 단련하며 온몸으로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누구든 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시련에 낙담하고, 밀가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한 순간을 맞게 될 수 있다. 저자는 인생에서 예기치 못한 일로 낙담하는 이들에게 "바닥에 떨어지는 바로 그 순간에 '플리에'를 하세요. 높이 뛰어오르기 위해선 깊이 구부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예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92쪽 | 1만8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