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우리나라에 최초의 문을 연 것은 1989년이다. 그로부터 3년 후 삼각김밥이 처음 등장했다. 삼각김밥은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학생들과 바쁜 직장인들의 배를 채워주는 간식으로 인기를 끌었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발 외환위기를 겪으며 간편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서민음식으로 어느덧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탄생 스토리를 가진 삼각김밥을 추앙하는 편의점 홍보맨이 편의점이라는 세계의 단짠반짝한 모습을 보여주는 에세이를 냈다.
12년차 편의점 홍보맨이 쓴 에세이 ‘어쩌다 편의점’은 편의점을 주제로 업계 홍보담당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편의점 세계 뒷얘기와 옛얘기 등을 이 책에 펼쳐 보인다.
책이 출간되기까지는 편의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저자의 열정도 한 몫을 한다. 책은 홍보담당자 입장에서 본 편의점 이야기를 진솔하고 재치있는 문체로 그려나갔다. 책의 저자는 편의점 브랜드 CU를 운영하고 있는 BGF리테일 홍보팀 소속의 유철현 수석이다. 유 수석은 지난 2010년 BGF리테일에 공채로 입사해 2012년부터 지금까지 홍보 업무를 10년 넘게 해왔다. 저자는 업계 동향과 최신 트렌드, 시대를 관통하는 소비 인문학적 통찰까지 두루 꿰고 있는 편의점 홍보 전문가로 꼽힌다.
편의점은 우리나라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소비 채널 중 한 곳이다. 전국 편의점 점포 수는 5만개가 넘으며 하루 이용자는 약 1600만명에 달한다. 사용자가 늘면서 매출 증가율도 올라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과 2023년 편의점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각각 10.8%, 8.1%를 기록했다. 1인 가구 증대, 대형마트처럼 한 번에 지출이 큰 소비를 줄이고 필요한 제품만 소량으로 구매하려는 구매습관 변화 등 원인으로 꼽힌다. 책은 이렇듯 시민들이 자주 애용하지만, 무심코 지나치는 편의점이라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생활밀착형 에세이다.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 처음 가본 편의점 경험담부터 각종 편의점 상품·브랜드·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 편의점 회사 입사 과정에서 겪은 일화들까지 편의점 본사 직원으로 목격한 상품·마케팅·브랜딩 비화 등 42개 에피소드로 채워졌다. 책에서 저자는 삼각김밥의 생애와 포장 해제 방법, 편의점 변천사, 24시간 동네를 밝히는 편의점의 모습, 시급 9860원짜리 알바생과 고단한 자영업자인 편의점주 등 소소하면서도 특별하게 각종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또 편의점 업계 내부 이야기와 다양한 상품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통해 현대 소비문화의 단면을 풀어낸다.
책에서는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의 비하인드도 알려준다. 편의점에서 일 년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상품은 ‘컵얼음’이다. 편의점 업계에서 한 해 동안 팔리는 컵얼음은 대략 5억개 정도다. 2000년대 등장한 이 컵얼음은 2013년 처음으로 소주, 맥주, 바나나맛우유 등 쟁쟁한 판매율을 기록하는 제품들을 제치고 편의점 전체 판매량 1위에 오르게 된다. 흥미로운 건 냉장고가 없던 시절, 얼음 창고에서 신선도를 요하는 식료품을 함께 팔기 시작한 것이 편의점의 기원이다. 저자는 “무명의 조연이 주연 자리를 꿰찼다”면서 “변함없는 열정으로 오롯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장시간 한 길만 걸어온 ‘얼음’은 그렇게 편의점의 과거와 현재를 관통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보통’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편의점 사람들의 노력과, 따뜻하고 뭉클한 ‘우리네 삶’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독자들은 편의점이라는 생업 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과의 일화들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풀어낸 책을 읽으며 재미와 감동,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유철현 지음ㅣ돌베개ㅣ299쪽ㅣ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