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형|선스토리|272쪽|1만6800원
평소 전국 각지 산에 오르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어느 산길에선가 이 부자(父子)와 한 번쯤 마주쳤을지 모른다. 어느 숲길에선가 자기 몸집만 한 배낭을 멘 어린이 백패커를 인상 깊게 본 기억이 있다면, 저자의 아들이었을 확률이 높다. 이 책은 다섯 살 아들과 함께 자연으로 떠난 아빠가 지난 3년간 써 내려간 백패킹 육아 기록이다.
저자와 아들은 온라인 백패킹 커뮤니티에서 꽤 유명한 부자다. 학창 시절 산악자전거 선수 경험이 있는 저자는 부모가 된 후 자전거 대신 피붙이 아들과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선수 때보다 산을 정복하는 속도는 느려졌지만, 대신에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자연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부자 사이의 건강한 교감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와 걸어간 모든 순간이 지금도 선연(鮮然)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여정의 시작은 다섯 살 아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캠핑'을 원하면서부터다. 단둘이 첫 모험지로 떠난 덕유산에서 백패커로서 아이의 가능성을 본 저자는 이후 세종 전월산, 홍성 오서산, 여수 하화도, 밀양 천황산 등 전국의 높고 낮은 산을 차례로 도전해 나간다. 둘은 일본 최고 산악지대 중 하나로 꼽히는 니시호타카다케에서도 백패킹 추억을 쌓았다.
아빠는 아들과 떠난 수십 번의 백패킹 과정을 글로 영상으로 틈틈이 남겼다. 그 성실한 기록이 켜켜이 쌓여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벚꽃과 야생화가 만발한 봄부터 영하 19도의 한겨울 강원도 백패킹까지, 짧게는 2~3시간에서 많게는 장장 10시간 넘는 시간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산에 오르는 부자 이야기가 정겹고 따뜻한 문체로 펼쳐진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문득 부모로서 우리가 놓치고 있을지 모를 삶의 중요한 가치를 떠올리게 된다. 부모와 아이 사이의 진정한 소통은 어떤 형태여야 할까. 내면이 건강한 아이로 키우려면 부모는 어떤 가치관을 갖춰야 할까. 부모로서 우리는 현실과 얼마나 자주 타협하며 쉬운 방법을 택하는가. 책 내용은 밝고 정겹지만, 책을 덮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저자는 더 많은 부모가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아이와 산을 오르며 오롯이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선물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오르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계절의 신비를 경험하며 함께 나눈 대화들, 자연을 벗 삼아 즐긴 놀이를 통해 아이는 물론 아빠도 한 단계 더 깊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